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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당 디지털 오디오 - 실질적인 '청감상의 차이'와 이론적인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차이

Mactopia님의 기기정보
CPU : XEON 1230 V2 MAINBOARD : ZOTAC Z77 ITX WIFI GRAPHIC : AMD RX 570 4096 MB MEM : 16GB XMP HDD : SAMUNG SSD 830 256GB PSU : SliverStone SX600-G

팁이나 강좌라고 보긴 좀 그렇습니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20여년 이상 오디오 바닥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물론 순수하게 취미로만입니다. 하지만 대개의 취미가 그렇듯이, 조금만 깊이 살펴 보면 수많은 논쟁과 얘깃거리들이 있습니다. 특히 돈이 개입되면 더러운 흙탕물이 되기도 하고, 오디오같이 기술(엔지니어링)이 기반이 된 취미는 그 자체로서 많은 논쟁거리들을 만들어냅니다. 오디오가 더욱 어려운 것은 이러한 공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점인데, 감성적인 접근과 공학적인 접근이 항상 같은 결과를 내는것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최근 오디오 바닥에서 많이 보는 논쟁은 주로 디지털 분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LP는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CD가 서서히 퇴조하고 파일 기반의 음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오디오 기기도 상당수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주로 소스 기기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전체 오디오 시스템에서 관여하고 있는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요.

오디오에서 디지털과 관련된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출발점은 '디지털인데 음질 차이가 나는가?' 라는 명제입니다. 0과 1의 이진수로 이뤄진 디지털에서 어째서 음질차이가 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일 처음에 등장하고, 여기서 상당수가 의견이 갈립니다. 물론 '시스템'과 최종 결과물인 '소리'를 평가할 때 디지털과 아날로그 영역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긴 어렵고 이로 인해 수많은 오해들과 논쟁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은 디지털에서 음질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만일 서로 다른 음악 데이터가 전송, 처리 된다면 이는 오류로서 최종 결과물인 소리에 특정 잡음이나 튐으로 나타나지 음질의 미묘한 차이로 나타날 수 없다는 얘기죠.

그런데, 사실 오디오 바닥에서는 이런 사실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디오의 경우 처리되는 데이터가 디지털이라 해도 음악이 정확하게 재생되려면 고려해야할 부분이 '데이터'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때나 할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오디오에서 디지털 데이터가 처리되는 과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단순히 디지털이라 차이날 수 없다라는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논쟁은 왜 끝나지 않을까요? 차이가 날 수 있다면 그걸로 끝난건 아닌지? 사실 이미 언급했지만 디지털 기기라 해도 디지털 영역만 별도로 떼어놓고 얘기하긴 매우 힘듭니다. 예를 들어 PC나 CDP같은 전형적인 디지털 소스 기기라도 전원에 의한 노이즈 유입이라든지 기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에 의한 영향은 음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 논쟁과는 별도로 봐야 할 부분이지만 함께 뭉뚱그려 얘기되기에 논점을 흐리게 하고 논쟁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암튼 범위를 확장시키자면 끝도 없고 쉽게 결론 낼 수도 없는 일이니만큼 다시 본 주제로 와서 얘기하자면, 디지털 오디오에서 데이터와 시간축을 어떻게 바라보고 최종적으로 음질적 차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하는게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일단 앞에서 언급했지만 일반적인 PC나 디지털 기기에서 처리되는 방식과는 달리 오디오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추가적으로 붙습니다. 근데 시간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즉시성 (리얼타임 처리)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정확한 타이밍(주로 지터 관련)에 대한 것이지요.

사실 디지털이라 음질 차이가 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는 이 두가지 요소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입니다. 먼저 리얼타임 처리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음악은 실시간 재생이라는 특성을 가지므로 데이터 전송과 처리 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재전송, 재처리라는 과정이 불가능합니다. 오류는 데이터를 읽는 매체(예를 들면 CD)에서 읽을 때 날 수도 있고 이를 케이블을 통해 다른 기기로 전송하는 과정에서도 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디오와 일반적인 데이터 처리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인데, 일반적인 디지털 데이터 통신은 오류가 발생하면 재전송을 요구하고 한계치를 넘어가면 오류로 처리됩니다. CD같은 오디오 데이터 역시 한계치를 넘어가면 오류(청감상으로 틱하는 잡음이나 무음 상태)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계치 내에서는 재전송을 요청하는게 아니라 '요령껏' 처리합니다. '요령껏'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을 썼는데, 이는 이를 처리하는 규약이 전송방식이나 매체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규약들은 이러한 오류에 대한 대응책을 나름대로 마련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는 복구가 가능합니다. 또한 대용량 버퍼나 PC인 경우 메모리 재생 등을 활용한다든지 하는 추가적인 보완책도 기기 메이커에 의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청감상 음질적인 차이로 구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생 기기의 구현 방식에 따라서 이런 차이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없이 '0'에 가깝긴 하지만 0은 아니라는 거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통상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오디오파일 내에서도 개인차가 많습니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사실상 결론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때 어김없이 블라인드 테스트가 등장합니다만 인지심리학까지 동원된 통제된 정확한 실험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나와서 여전히 논쟁중입니다.

또 하나 제시한 정확한 타이밍에 대한 내용은 시간축의 오차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로 대부분 지터 문제로 귀결됩니다. 사실 오디오 바닥에서 디지털 오디오의 음질적 차이는 리얼타임 처리에 따른 오류보다는 지터에 의한 것이 훨씬 크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리얼타임 처리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대용량 버퍼나 메모리 재생등을 통하여 대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오류 가능성이 0은 아닐지언정).

반면 지터 문제는 이보다는 훨씬 복잡한데, 어쨌든 중요한 전제는 '올바른 시점에 올바른 데이터가 재생되어야 한다'라는 점입니다. 이를 아날로그와 혼동하여 '그렇다면 3분짜리 노래를 재생할 때 재생시간이 2:59나 3:01로 들쑥날쑥 한다는 얘기인가. 아무리 허접한 오디오라도 이런 경우는 없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몇 나노초까지 들어간다면 미세하게 차이가 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를 인지하여 음질적 차이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터는 시간축의 오차로서 재생속도의 오차를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사고방식으로 굳이 아날로그와 비교하자면 와우&플러터와 더 비슷하겠습니다만, 디지털에서 이런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쨌든 지터는 조금 달리 표현하면 시간축의 흔들림으로 볼 수 있을텐데 연속된 데이터가 미세한 오차를 가진 타이밍에 재생되는 것으로 최종 파형은 (이론적인) 원음과는 다른 파형을 갖게 됩니다. 물론 이는 무음이나 '틱'같은 노이즈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고 원래 재생되어야 하는 음과는 다르게 들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물론 순수하게 재생 데이터 자체만 보면 오류가 없습니다. 지터가 있다고 해서 010101 이 000101 처럼 데이터 자체가 변하진 않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두가지 사례, 즉시성과 시간축 오차 측면에서 볼 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쟁은 끝나지 않는데 여기서 가장 큰 벽에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미세한 오차를 과연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입니다. 디지털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같으면 소리도 같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음질차이에 대한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얘기지만, 디지털 오디오 스펙을 깊이 살펴본 오디오파일들은 '시간'이라는 요소에 의해 음질차이가 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그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위에선 언급한 문제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특히 최근의 디지털 기기들은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계로도 측정할 수 없는 미묘한 부분까지 인간의 귀는 인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블라인드 테스트 한방이면 한번에 끝날걸..'이라는 주장이 또 등장하겠지만 실험에 대한 통제와 인지심리학적 요소까지 고려되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닙니다. 특히 단기간 집중해서 테스트라는 압박 속에 이뤄지는 시험은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을 너무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설령 차이가 난다 해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해서 자신이 익숙한 환경에서 장기간 들어봐야 겨우 알 수 있을만큼 미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자신의 허용 범위에 들어온다면 굳이 많은 돈을 써가며 비싼 기기를 살 필요가 없겠고, 그 미세한 차이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돈을 쓰는 정당성이 부여됩니다.

다만 디지털이라는 커다란 전제하에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얘기와 (음질적인 차이를 느끼긴 거의 어렵지만) 기술적 배경이 있는 얘기들이 함께 뒤섞여서 취급되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추가로 이러한 배경 하에 두가지 사례를 들어봅니다.

[음질적차이를 청감상 느끼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가능성마저 '0'은 아닌 경우]
* 공CD 종류에 따라서 음질 차이가 난다, 또는 복제한 CD가 원본 CD보다 더 좋다와 같은 주장들
데이터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CD 이미지를 떠서 그대로 복제한 경우 원래 데이터와 다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일 다르다면 그건 그냥 오류지 음질 차이 따위가 아니죠. 그런데 CD를 읽어서 재생하는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CD는 미세하게 홈을 파서(표현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공CD의 종류에 따라서 기록되는 홈의 깊이나 형태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된 공CD를 CDP의 픽업이 읽어서 재생할 때, 성능이 좋지 않은 픽업은 기록상태가 열악한 공CD의 데이터를 읽을 때 오류가 나는 빈도가 높습니다. 만일 PC라면 오류가 난 경우 다시 읽어서 재전송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물론 몇번씩 다시 읽어도 인식 못할만큼 기록 상태가 불량하면 Disc Read error를 내겠지만 몇번의 재시도 끝에 제대로 읽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런 경우엔 원본 데이터와 읽어들인 데이터는 100% 동일하며 공CD에 따라서 서로 다른 데이터가 읽혀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리얼타임으로 재생중이라면 이렇게 반복적으로 읽을 수 없기에 적절한 오류 정정을 통해서 최대한 비슷한 값으로 재생해 버리는데, 대부분 원본 데이터와 같은 값을 복구해 내지만 100% 오류 정정을 보장하진 않기에 적당한 값으로 보간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만 과연 CD를 읽을 때 이런 일이 얼마나 빈번히 일어나는가, 그리고 이렇게 달라진 (보간된) 데이터가 과연 청감상 어떻게 음질의 차이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선 서로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 견해차에 대해 얘기할 생각은 없고, 단지 가능성이 '0'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학도로서 이러한 오차는 설령 난다해도 무시할 수 있는 오차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오디오파일로서는 왠지 꺼림직한 오차지요) 단, 이 주장은 '복사할수록 음질이 떨어진다'와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1번 복사한 CD를 갖고 다시 복사하고, 복사된 CD를 이용하여 또 복사하고.. 이런식으로 10번 복사했을 때 10번째로 복사한 CD가 가장 음질이 나쁘다라면 이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생각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입니다. 복사 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데이터적인 측면에서 10장의 CD는 모두 같은 데이터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단지 공CD의 염료와 기록 상태에 따라서 재생시 오류 발생 빈도가 달라질 수는 있다는 의미이지요.

[음질적차이를 느낄 가능성이 아예 '0'인 경우]
* MP3를 복사할 수록 음질이 떨어진다는 주장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시간과 관련된 요소가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지터나 리얼타임에 대한 얘기는 '재생'에 대한 얘기로 '기록' 자체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10번을 복사하든 1000번을 복사하든 데이터는 변화 없으며 많이 복사한다고 해서 지터나 리얼타임 재생 시의 오류가 더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수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그냥 생각나는 것만 하나씩 적어봤습니다. 첫번째 케이스는 USB오디오 1.0 시절 USB 케이블에 의한 음질 차이도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의 DDC가 비동기 전송을 하게 되고 전송단도 USB 2.0 규격을 맞추면서 두번째 케이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두번째 케이스는 수력발전소 전기가 화력발전소 전기보다 더 좋다는 식의 우스○○가 해당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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