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숭고한 밥상 - 김선우
밥 잡채 닭도리탕 고등어자반 미역국
이토록 많은 종족이 모여 이룬
생일상을 들다가 문득, 28년 전부터
어머니를 먹고 있다는 생각이
시금치 닭 고등어처럼 이 별에 씨뿌려져
물과 공기와 흙으로 길러졌으니
배냇동기 아닌가,
내내 아버지와 동침했다는 생각이
지금 먹고 있는 닭 한 마리
내 할아버지를 이루었던 원소가
누이뻘인 닭의 깊은 곳을 이루고
누이와 살을 섞은 내 핏속엔 지금…
누대에 걸친 근친상간의 밥상
비켜갈 수 없는,
무저갱의 밥상 위에
발가벗고 올라가 눕고 싶은 생각이
어머니가 나를 잡수실 수 있게 말이지요
△창비시선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2000년 2월 1일 출간)중에서
요 근래 한참 시끄러운 저열한 페미논쟁을 생각하다가 이보다 좀 이른 시기의 성찰에서 나온 김선우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요즘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시에서 보다시피 28살에 쓴 글이고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님의 수발 중에 얻은 시라고 합니다.
사회적 권리와 주장 이전에 원초적 생명 안에 깃들여진 여성성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시인의 날카로운 통찰에 몇번이고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성을 사회적 권리로 주장하는 하나의 운동과 거의 동의어 처럼 요즘 쓰여지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 뿌리는 김선우 시인이 가지는 여성성에 대한, 페미니즘에 대한 이름이 없는 페미니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시집을 접하고 섬세하고도 우주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에 저와 같은 엑팔 식구분들은 좀체로 느낄 수 없는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 당시에 김선우 시인과 나이가 비슷한, 결은 좀 다르지만 일본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도 매료 되었었는데요,
언젠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도 한권 올려 드리겠습니다.
다소 발칙한 이 시로 사람과 우주와 생명의 이음에 대해 음미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찾아보니 브런치 라는 인터넷 공간에 숨쉬고 있긴 하네요.
알쏭당쏭한 시의 좋은 점이 시간을 두고 읽을 때 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진다는데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사람도 알고 우주도 조금씩 이해하며 시인이 말하는 참의미를 다시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저는 시를 참 좋아합니다. 결은 다르지만 홍콩영화 '음식남녀'도 마지막 즈음의 상황에 이르러서는 이 시인의 관점과 조금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박에 파악되는 시는 씹어 먹을게 별로 없어서 저의 취향과는 좀 맞지 않습니다^^
그러시군요. 저는 말 맛만 있다면 모든 시가 좋다고 생각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고승의 통찰적인 시보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를 더 좋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단순하고 심플해서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 그러나 한살 한살 먹어감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거라 생각 합니다. 살아 보니 단언만큼 실수하게 만드는 것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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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사기당했습니다....도움 주실분 계신가요...막막하네요.. +10 | 174 | 24.10.2420:02 | lesmi |
Hot 당첨운이라곤 일도 없던 제게 볕이 들기도 하네요~ +8 | 81 | 24.10.2611:43 | nollue |
Hot 2찍 중고 사기 민사로 갑니다. +5 | 96 | 24.10.2412:08 | Mactopia |
81 | 24.10.2611:43 | nollu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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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 24.10.2516:10 | moongate | |
174 | 24.10.2420:02 | lesmi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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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 24.10.1522:56 | Mactopia |
작가의 배경을 듣고 이해가 가는 시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웠고, 특히 "내내 아버지와 동침했다는 생각이" 이 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 모성애를 설명하는데 굳이 필요 했나 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지만 무저갱이라는 의미를 알고 전체적인 맥락이 더 이해가 되기 시작 했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애절하고 애틋한 존재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