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이 책이 처음 출판 되었을 때 일단 제목이 신선했습니다. 그전까진 희랍인 조르바로 많이 번역되었거던요. 이윤기씨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와 우리나라에 이런 번역가가 다 있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이책을 읽은지 몇 해 후에 사망했다는 기사(1947~2010)를 보고 또 한명의 천재가 많지 않은 나이에 가셨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딸 이다희씨도 번역가입니다.
크레타섬 촌구석의 할 할미의 말을 이윤기씨는 전라도 지방의 재미있는 사투리로 번역해 놓은 것을 보고 그 발상의 전환에 머리가 환해지는 것을 느꼈지요. 물론 자유인 조르바에 대해서도 잘 써놨지만요.
제 어줍잖고 오래된 느낌을 더 적기보다 어느 블로그에 이 책을 읽은 소감이 있어 옮겨 봅니다.
꽤나 오래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샀다. 그 당시에 고전에 꽂혀있었고 고전을 읽어야만 지성인이라는 어리숙한 생각에 사로잡힌 그저 어린 존재였다. 그러나 빽빽한 글씨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전개에 책을 덮고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세번의 이사를 갔고 이사를 갈 때마다 이 책을 버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결코 버릴 수 없었다. 그건 아마 그때의 기억 때문이었으리라. 대학 선배 중 책을 좋아하는 언니집에서 이 책을 본 적이 있었다. 언니는 이 책을 읽었다기에 감상평을 여쭤보았다. "미친 (♪♬♫) 영감이 나오는 책이야!"라는 말에 한 참을 웃었던 기억이난다. 그리고 드디어 일주일 전 나의 책꽂이에서 이 책을 보았고 읽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읽은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쓴다.
늘 책에 파뭍혀 살아가고 현실보다는 이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주인공 '나'. 이 글에서 조르바는 그를 '두목'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게 된 '조르바'라는 인물. 배고프면 먹고 여자만 보면 달려들고 즐거우면 춤을 추는 사람. 만사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는 듯 보이는 조르바. 주인공이 조르바를 만나고 본인이 겪은 일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그리스인 조르바>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불온한 마음을 가진 남자들에게 절대 읽게 해서는 안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과거 시대를 기반으로 한 책이고 남자 중심의 역사 속에서 이 책이 탄생하였지만,현대인인 나로서는 그것을 가만하고 이 책을 읽더라도 화나가고 이해 할 수 없는 말 투성이였다. 이 책의 방향성과는 다르겠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낀점은 이런 사고들을 기반으로 현대에 와서도 여러 성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내 기준에서는 말그대로 미친 (♪♬♫) 영감인 조르바이지만, 여자를 대함에 있어서 이 책 속 누구보다 괜찮았다. 늙은 부불리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그의 모습과 잘못없는 과부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향해 그가 던졌던 말들. 그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시각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조르바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조르바를 만나기 전 절친한 친구에게 들은 말로 인해 삶전체가 바뀌었다. 이 모습을 친구에게 전하는 편지에서 드러내는 장면을 읽을 때 누군가를 향한 말은 늘 신중해야 함을 느꼈다. 그 친구의 말 때문에 배에 올라탔고 조르바를 만난 주인공. 조르바는 나에게 많은 충고나 평가를 하지 않지만, 그 스스로의 삶의 모습을 통해 주인공의 삶을 바꿔놓았다. 타인이 던진 말한마디, 특히 좋아하는 이의 말한다니 정말 많은 것을 바꾼다. 허나 누군가의 말보다는 상대의 살아가는 방식이나 행동등에서 깨달은 진리는 느리지가 무엇보다 강하게 삶에 영향을 끼친다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마침내 나는 먹는다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
-p.99<그리스인 조르바> 중
주인공은 조르바를 만나면서 삶의 의식주 자체의 숭고함을 깨닫는다. 먹어야해서 먹는 음식은 사료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먹는 것 자체를 즐기고 행복해 하는 것 또한 잘 살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책을 통해 얻은 진리, 역사 등 학술적인 것에만 집착하던 주인공은 조르바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삶 자체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바로 보게 된다.
나는 뇌의 기능이 너무도 거침없고 대담한, 정신은 누군가가 건드릴 때마다 불이 되어 타오르는 이 사나이에게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p.320<그리스인 조르바> 중
"그래요, 당신은 그잘난 머리로 이해라는 걸 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의 팔과 가슴을 봅니다. 그래, 팔과 가슴이 뭘 합니까? 침묵 한다 이겁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p.321<그리스인 조르바> 중
조르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진심을 다해 전달한다. 처음에는 조르바가 여성들을 현혹시키기위해 달콤한 말을 한다 생각했지만, 그는 상대를 대함에 있어서는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함을 많이 느꼈다(그래도 그렇게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결국 나쁜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음). 조르바는 무언가를 일절에 끊어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버찌를 끊고 싶으면 버찌를 토할 때까지 먹으리는 그의 말. 정말 원시적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정말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간혹 적당히라는 핑계로 모든 것을 놓지도 가지지도 않은채 애매모호한 선택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해본다. 친한 언니가 말했듯 조르바는 진짜 미친 (♪♬♫) 영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주인공을 이토록 변화시킨건 삶을 매 분, 매 초 온몸으로 느끼며 스스로에게 거짓없이 살아가는 한마디로 부럽지만 감히 따라할 엄두가 나지않는 그런 삶을 실제로 산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또 느낀 점은 어떤 것이든 두려움을 바탕에 두고 시작하면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두려웠고 그래서 피했지만, 다 읽은 지금에는 결국은 사람이야기인것을...이 책을 통해 앞으로 나의 독서 인생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편으로 내 독서 맷집이 두껴워졌음을 알게된 좋은 기회 였다. 뭔가 거짓 속에 살아가는게 아닌가 하고 의문이 들 때면 이 책을 꺼내들것 같다.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아니, 참 어려운 것임을.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함을 배운 책이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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