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에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갔다가 나는 안걸리는 줄 알았던 코로나를 얻어왔습니다.
사실 다른 식구들이 걸려와서 저한테 퍼트린 걸 수도 있는데, 진짜 아무도 모릅니다;;
마스크 진짜 빡세게 하고 손도 자주 씻고.. 친구놈 둘이랑 밖에 안다녔는데 도대체 어디서 걸린건지 의문이긴 합니다.
아무튼 저, 아버지, 동생 모두 확진이었고, 어머니는 며칠 뒤에 결국 확진되셨어요.
저 빼고 모든 식구가 다 겁나 고생했는데, 저는 처방 약먹으니 조금 몽롱한걸 빼면 아픈거 하나도 없이 끝나더라고요.
격리 끝내고 1주일만에 작업실을 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뭔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는데요,
도저히 모르겠는데 물건 없어진 것이 있나 다 체크했는데 모든 것은 제자리..
뭔가 찝찝했지만 그냥 밀린 업무가 바쁘니 우선 그것부터 처리하기로 합니다.
점심시간에 고추짜장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짜장을 한입 하는 순간! 매운 맛만 나고 짜장 향이 하나도 안나는겁니다(!!!)
응? 짜장이 잘못 됐나? 싶었는데, 그러기엔 홍콩반점인데.. 메뉴얼대로 조리가 됬을텐데.. 뭐지.. 뭐지.. 하고 있었는데..
어? 설마? 싶어서 아침 출근길에 구입한 마카롱을 한 입 먹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진짜 아무 맛도, 향도.. 그냥 '내가 지금 씹고있는게 마카롱이구나' 라는 식감만 느껴지는거예요
아까 문열자마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문을 열면 작업실 디퓨저 향이 진동을 해야하는데, 그게 안나니 뭔가 이상한걸 감지했던거지요.
배는 고프니 일단 짜장면을 억지로 비우긴 했는데
밥먹고 나니 일도 손에 안잡히고 뭔지 모를 우울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전날 저녁에 식구들과 먹었던 치킨에서 약간 씁쓸한 맛이 나서, 약 기운 때문인가보다 했는데 그게 전조증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어떤 느낌이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코에 냄새 맡는 센서가 있다고 치고
그 센서를 겁나 성능 좋은 헤파필터로 감싸놔서 헤파필터 냄새만 나는 느낌입니다.
사람은 쉴 새 없이 숨을 쉬어야 하는 동물이라서
미각 후각이 '약해지는 것'은 느껴보기 쉬워도 장기적으로 '감각이 차단'되는 느낌은 경험해보기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
막상 겪으면 장기적으로 삶의 질이나 의욕이 정말 상실 직전 수준까지 가고..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맛과 향이 이렇게 삶의 질에 영향을 많이 주는 줄 몰랐다는..
그나마 2주 정도 지났을 때는 정말 극 소량이라도 조금씩 좋아지던게 쌓이고 쌓여서
정상인 대비 약 10%정도 수준까지는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3~4일 정도 똑같은 상태에서 정체가 되었는데,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잠이 안오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모든 말에 짜증이 가득해지고..
진짜 정신병 온 사람마냥 히스테리컬 해지더라고요.
전 그렇다 치고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이나 할머니, 동생도 절 보느라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ㅜㅜ
그 와중이 굥통령 놈이 스트레스를 더 꽂아 넣어 줬다는 ◠‿◠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만 긍정적으로 최대한 마인드컨트롤하면서 버텼는데..
마지막 끈까지 놓친 느낌이랄까요. ㅜㅜ
검색해봐도 사실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봐서
그냥 마냥 기다렸는데, 더이상 진전이 없으니 어머니가 속는셈 치고 그냥 병원에라도 가보면 어떻겠냐고 권해주셔서
다시 이비인후과에 가서 하소연을 했더니.. 그렇게 심한줄 몰랐다는겁니다(;;;;;;)
코가 좀 부어있어서 후각이 좀 약해졌다고 알아들었던거지요..
그러더니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주더라고요.
약을 먹으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얼굴이 엄청 화끈거려서 더운 여름날 좀 거슬리긴 하는데,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꾹 참고 복용한지 2주 반 쯤 되었네요. 결론적으로 지금시점 한 40% 정도 돌아온 것 같아요.
(과학의 힘은 대단합니다)
추가로 전 습도가 높은 곳에서 숨을 쉬면
기분 나쁜 기름냄새 같은것이 진동을 해서, 머리가 너무 아파 장마철엔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습니다.
3주 쯤 지났을 때 부터 기분 나쁜 냄새는 약해져서 지금은 거의 안나긴 합니다.
글쓰고 있는 지금은 쓴맛, 단맛, 신맛, 매운맛(원래 통각이 가능하긴 했지만), 짠맛은 이제 구분이 됩니다.
이제 미각은 다 돌아온 것 같아요.
다만 냄새는 40% 정도 나는 것 같습니다. 코 앞에 바로 가져다 대면 이제 어떤 향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만,
길거리 냄새나 은은하게? 퍼지는 냄새? 같은건 아주 강렬한 향인 경우에만 살짝만 느껴집니다.
모든 향을 코 앞에 대면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특정 향이 변질되서 맡아져서 요즘 같이 더운 날엔 특히 상한 음식을 조심해야합니다.
전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데, 향이 변질되서 맡아지는 바람에 ㅜㅜ 커피가 땡기는 순간엔 정말 괴롭습니다 ㅎ..
비싼 원두 사다둔거 다 친구 가져다 줬습니다 ㅋㅋㅋ;;
지금은 입에 넣는 순간에는 40% 정도 음식 향이 나긴 하는데, 씹는 동안에는 10%정도만 향이 나고..
집중해서 음식 향을 맡으려고 하면 살짝은 나는 정도?
맛이 잘 안나니 식사를 거르거나 소량만 하게 되고,
덕분에 식사량 자체가 많이 줄어서(위가 줄은듯) 살이 엄청 빠지긴 했습니다.
한달 동안 8.2 Kg 빠졌으니 ㄷㄷ 친구들 만나면 요새 살빼냐고 물어보는데 사연들으면 표정이 ㅋㅋㅋ;;
근데 다양한 향을 맡아보고 진한 향을 자꾸 맡는 훈련을 하면 좋아진다는 말이 있어서
돈은 아깝지만 매일 매일 색다른 메뉴의 점심을 사먹고.. 그런답니다.
(비싼 음식을 부득이하게(?) 먹어야하는 상황이 있는데, 아주 그거만큼 아까운게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좀 식탐이 또 없는 편은 아니라서 유독 더 괴롭고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맛없는 시럽 감기약 먹을 때 아무맛도 안나서 좋았던 것?과
살이 엄청 빠졌다는 건 좋긴 한데, 장점(?)에 비해 너무 괴로운 경험이긴 합니다.
요새 글도 부쩍 못쓰고 댓글도 잘 못달고 했던게, 우울감에 빠져서..
억지로 일을 자꾸 바쁘게 만들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느라 바쁘게 지내서 그랬답니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활동좀 하라고(댓글달라고) 경고 메시지까지 받았었네요 ㅋㅋ;;
다시 코로나가 기승이던데, 미각/후각 상실은 전체 코로나 확진자 중 10~15%가 겪는다고 하니..
안걸리는게 장땡입니다. 다들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스트레스도 풀겸 이것 저것 질렀는데, 그거 자랑글 또 쓰러 갑니다
보통 2주~1달 정도면 거의 돌아온다고 하는데, 저는 좀처럼 속도가 빠르진 않네요 ㅜㅜ
그래도 약먹고 많이 나아지니 우울감이 예전만큼 심하진 않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저는 걸리기전이나 걸린후나 다름이 없네요
몸살감기보다 안아팠고 후유증도 없었습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조금 빨리 피곤해지는거?
후각 미각 다 멀쩡해서 격리기간에도 엄청 쳐먹었더니 체중이ㅠㅠ
고생이시네요.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젊은 세대들은 감기 가지고 호들갑 떠냐니까 참...
후각은 1달 정도 지나서 회복됐는데, 그 후로 피로감이 남아있어요. 그 와중에 대유행이 또 시작될 조짐이 보여서 한 번 더 걸릴까봐 불안하네요.
이것도 코로나 휴유증 인가 걸린후 3달쯤 지났는데 무기력감에 아무일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다 하기 싫습니다. 작업용 컴퓨터 10일 넘개 켜보지 않고 보조 컴퓨터로 영화나보고 ... 그냥 시간 떼우고 놀고 있습니다. 코로나 다신 걸리기 싫습니다. 집안에만 짱박혀 있씁니다.
브레인포그라고 하지요..
억지로 밖에 나가서 러닝이라도 한번 해보세요. 몸을 어느정도는 움직여야 무기력함도 줄어들더라고요. ㅜㅜ
저희집도 할머니가 유일하게 비확진자였는데 지난주 노인정에서 걸려오셔서 오늘 격리 해제되셨네요 ㅜㅜ
참.. 재감염이 두렵긴 합니다.
코로나 후유증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저는 비염이 심해서 항상 코맹맹이 상태인데...봄 가을 알러지 심해지는 계절이 오면 그나마 뚫린 코도 꽉 막혀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냄새를 못 맡습니다. 음식 맛도 못느끼고요.
해마다 꼭 서너 차례 저런 상태가 되는데, 그럴 때면 살면서 먹는 즐거움이 이렇게 컸던가 싶어집니다. 즐거운 밥 시간이 그냥 저작운동 적당히 해서 씹어 삼키는 반복 노동이 되어버리고. 매일 맡던 쌀밥 향기 조차도 아쉬울 지경입니다.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고 또 식사가 즐거우려면 달고 쓰고 짜고 신 맛(간), 부드럽거나 아삭바삭하거나 쫄깃한 식감, 그리고 향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음식이나 재료 고유의 맛은 사실 향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코막힌 날은 식사 중에 한 번 씩 화장실이나 어디 나가서 코를 팽하고 풀고 옵니다(...)
나아지는 중이시라니 다행입니다. 얼른 화복하시고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기를 바랍니다.
비염이 엄청 심하신가보네요 ㅜㅜ
저도 만성 비염 환자기는 한데요, 저는 코세척과 나조넥스 스프레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사용하고, 환절기엔 수세미 달인 물을 먹습니다.
그리고 위에 것에서 추가로 로봇청소기 + 의류건조기 들인 후로는 매 환절기마다 엄청 고생하던 비염도 어쩌다 한번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먼지 관리가 되게 중요합니다.)
그래도 전 비염 심해도 후각 미각이 살짝 약해지는데.. 차단수준이면 정말 괴로우시겠네요 ㅜㅜ
이게 사람마다 다양하는 것 같더군요. 전 작년에 심하게 걸렸었는데 왜 걸린지도 알수 없이 걸리는 통에 치료를 빨리 못하여 병이
커져서 고생했었네요. 분명 주말 검사에서 안나왔고 수욜 코로나 접종을 하는 바람에 백신 후유증으로 오해를 했었죠. 암튼 병원에 가서 보름 넘도록 고생했는데 퇴원후 지하철 계단 오르기를 못하네요. 너무 숨이 차서리...
암튼 안걸리는 것이 최고입니다만,,,,, 앞으로가 큰일인것 같아요. 무정부 시대에는 자신만이 믿을 수 밖에 없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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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고생중이시군요. 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하니... 꾸준히 미각 후각 재활에 신경쓰시다보면 어느새 돌아오겠죠.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