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보통 불경은 붓다를 시봉하던 아난다가 나는 붓다의 말씀을 이와같이 들었다로 쓴것으로 시작합니다(如是我聞)
그런데 이 경은 특이하게도 관자재보살 즉 관세음보살이 지혜제일이라고 불리운 붓다의 10대 제자중의 한 사람인 사리자에게
자신의 깨침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탠스 때문에 남방불교가 대승불교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위작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관세음보살이 그의 또다른 명호인 천수천안으로 모든 사람들 두루 살피는 대승불교의 상징적인 보살이기 때문이고,
붓다가 직접 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많은 부분이 그러하지만 사실 이 관세음보살도 힌두교에서 연원한 산스크리트어Avalokiteśvara를 의역한 단어입니다(현장 번역). 이런 설왕설래를 뒤로 하고 살펴보면,
이 경은 불교의 공(空) 사상을 짧은 문장에 농축 시켜 놓은 액기스 입니다.
내용을 좀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은 우리의 존재를 존재답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을 첫구절에서 파괴시켜 버립니다.
관자재보살 행 심반야바라밀다시(觀自在菩薩 行 深般若波羅密多 時)
조견오온 개공 도 일체고액(照見五蘊 個空 渡 一體苦厄)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마음수행을 해보니,
오온이 공함을 뚜렷이 보아 모든 고통을 떠났다 라는 건데,
제일 중요한 단어는 오온(五蘊, kandidas)입니다.
이 오온을 퉁쳐서 말한다면 우리의 모든 감각과 그 감각 수용을 통해 얻어지는 인식,
그리고 결과로 이어지는 복잡한 사고작용을 말합니다.
산스크리트어 kandidas는 희랍어의 data(datum의 복수형)와 그 뜻이 일맥상통한 점이 있습니다.
그냥 의미없는 무더기란 거죠. 우리 존재의 뿌리를 공하다, 비어있다라고 선언하는 겁니다.
그럼 내가 나라고 믿고 있는 이 존재 자체는? 나라는 인격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그 속성은 텅 비어 있다 입니다.
아니 왜 그런데요? 하고 막 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또 관세음보살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데...
우리가 잘 아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로 또 한번 설명을 하지만 이게 또 오온개공을 한번 더 하는 중언부언이고
그래도 못알아 먹을까봐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 주고, 빨리 이 뜻을 알아야
너희도 나처럼 괴로움을 떨쳐버릴 수 있다라고 해주는게 이 경의 대체적인 이야기입니다.
한구절 예를 들어보죠.
무 고집멸도 무지 역무득 이무소득고(無苦集滅道 無智 亦無得 以無所得故)
고통도, 고통의 원인인 집착도, 이 고통의 소멸도 없고, 소멸하는 방법도 없으며
깨달음도 없고, 그래서 깨달음을 얻는다, 얻지 못한다는 것도 성립되지 않는다.
저기 문장의 고, 집, 멸, 도라는 네가지는 사성제라고 해서 불교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여기 고통이 있다, 그 고통의 원인은 집착이고 그 집착은 멸할 수 있으니 여기에 그 방법이 있다 라는 것입니다.
붓다가 최초의 제자들에게 첫번째로 들려준 강의 내용이며 모두 그 그자리에서 성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걸 관세음보살은 한방에 부정해 버립니다. 물론 붓다도 저런 식으로 말할 수 있었겠지만
처음 들으면 저 자슥 도른자 아니야? 하고 팽 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붓다의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인데 관세음보살은 직설적 입니다.
붓다는 이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알겠지? 라면 관세음 보살은 라떼는 마리야!~~정도?
붓다가 자상한 선생님이었다면 관세음보살은 상당히 과격한 선사의 파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붓다는 깨닫지 못한 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위해 강의를 했다면, 관세음보살은 깨달은 자신의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붓다는 사성제가 있다고 하고 관세음보살은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너희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진실로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의 속성은 비어 있으니
집착을 털고 깨어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북방불교에서 또 핵심으로 여기는 경중의 하나인 금강경에서 붓다는 다음 말을 끝으로 가르침을 마칩니다. 결론이 좀 비슷하죠.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모든 것은 꿈, 헛것,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붓다의 가르침의 태도에서 보듯이 붓다는 수행을 아주 강조했고, 열반경에 보면 자신의 죽음에 이르러서도
제자들에게 게으름 피우지 말고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 열심히 정진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반야심경에서의 관세음보살은 한방에 확 깨치는 썰을 풉니다. 그래서 마지막 후렴구는
가테 가테 파라가테 파라상가테 / 가자가자 어서 가자 모두 함께 저 언덕 너머로 입니다.
빨리 이 원리를 깨치라고 다그치는거죠.
남방불교와 북방불교의 수행법의 차이도 이와 좀 비슷하죠.
좀 다른 이야기 입니다만 혜능이라는 중국의 스님이 있었습니다. 이 양반은 까막눈이었고
죽을 때 까지 까막눈 이었지만, 당대 최고의 선사로 존경 받았고 많은 스님들이 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무슨 말입니까 하고 물으면 내가 글을 모르니까 니가 그걸 정확하게 내 앞에서 한번 더 읽어봐 줄래? 했던 분입니다.
엉뚱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글을 몰라도 공의 핵심을 깨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안에 다
있다는 것을 이 스님을 통해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이 죽어라고 외우시기도 하죠.
하지만 혜능이 글을 모른다는 것이지 뜻을 모른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뜻도 모르면서 외우시는 분들이 많죠.
뜻도 모르면서 외우는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 할머니들의 외움이 도리어 공함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또 들으면서 생각했던 내용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누구한테도 검증 받아 본적도 없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참고하시고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반야심경 전문입니다. 직역이 아닌 단어들은 좀 뺐습니다.
https://studybud.buddhism.org/%BA%D2%B1%B3%B0%AD%C1%C2/%B0%E6%C0%FC/panya/panya.htm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
마하는 크다(대), 많다(다), 초월하다(승)의 뜻이고, 반야는 지혜, 깨달음의 뜻이며, 바라밀다는 저 언덕에 이르다(도피안)는 뜻이다. |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密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오온(물질적 현상, 감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이 모두 공함을 (실체가 없음을) 확연히 알고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 났느니라.
|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
사리자여, 물질적 현상이 그 본질인 공과 다르지 않고, 공 또한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으니, 물질적 현상이 곧 본질인 공이며, 공이 곧 물질적 현상이니라. 감각작용, 지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도 다 공이느니라.
|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
사리자여, ( 이 모든 존재들이 외관상으로는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더러운 것 같기도 하고 깨끗한 것 같기도 하고 증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감소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모든 현상계의 본질적 차원(관세음보살의 차원)에서는 생겨나는 일도 없고 없어지는 일도 없으며, 깨끗한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으며, 감소하는 일도 없고, 증가하는 일도 없느니라.
|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
(그러므로, 사리자여) 이 현상계의 본질의 차원인 공의 입장에서는 물질적 현상도 없고, 감각작용과 지각작용 그리고 의지적 충동과 식별작용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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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
(이 공의 세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사유작용 등 감각작용도 없고, 빛깔과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비감각적 대상인 원리 등 객관대상도 없으며, 시각의 영역도(청각의 영역, 후각의 영역, 미각의 영역도(청각의 영역, 후각의 영역, 미각의 영역, 촉각의 영역) 사유의 영역등 주관작용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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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
(이 공의 세계에서는) 무명도 없고, 무명의 소멸도 없으며(행, 식, 명색, 6입, 촉, 수, 애, 취, 유, 생도 없고 그 소멸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늙고 죽음의 소멸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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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苦集滅道 無智 亦無得 以無所得故 |
(이 공한 세계에서는)고통도 없고, 고통의 원인도 없고, 그 원인의 소멸도 없고 그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수행방법도 없느니라. (그럼므로 이 공의 세계에서는)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없고,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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菩提薩 依般若波羅密多 故心無 碍 無 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
(그럼므로 사리자여)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느니라. (보살은) 뒤바뀐 잘못된 생각을 멀리 떠나 마침내는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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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世諸佛依般若波羅密多 故得阿 多羅三 三菩提 |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최상의 깨달음인 아뇩다라 삼먁 삼보리(완전한 깨달음)를 얻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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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知般若波羅密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
그러므로, 이 반야바라밀다는 이 큰 신비한 주문이며, 큰 밝은 주문이며, 큰 최상의 주문이며, 이 얼마나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주문인가를 알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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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般若波羅密多呪 卽說呪曰 |
이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은 능히 일체의 고액을 소멸시키며 진실하여 거짓이 없나니, 그러므로 이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일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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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3번) |
가자, 가자, 피안으로 가자, 우리 함께 피안으로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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