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은 현정권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으며 이것을 회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왜 그렇게 생각하고 현재는 어떤가를 살펴보기 위해
나는 공정과 상식의 개념을 어떻게 습득하고 이해하고 있는가
이 사회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윤석렬은 어떻게 보는가를 순서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먼저 상식의 현대적 개념에 관해서 인식의 틀을 갖게 해 준 프랑스의 두 철학자 미쉘 푸코와 질 들뢰즈를 한번 소환해 보겠습니다.
읽어본당에서 잠시 소개해 드린 미쉘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이라는 저작에서 '에피스테메'라는 개념을 부각시켜 마치 지층의 단면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각 시대는 타 시대와 뚜렷이 차이나는 주도적 인식의 방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상식이란 이 에피스테메의 하부구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대의 주도적 인식방식에 부합하는 언어와 행동의 전제라고나 할까요.
질 들뢰즈는 차이의 반복이란 저서에서 서양 근대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상식(common sense)에 바탕을 둔 선험적인 동일성의 철학에 반기를 들고 '되기(being)'의 철학이 이라고 말할 수있는 차이를 부각시키는 사고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우리는 모두 시대를 초월한 공통된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판단보다는 삶에서 생생하게 부딪히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더 상식적이다라는 주장을 폅니다.
위의 두 사람의 주장이 다른 듯 하면서도 상식이라는 개념이 차이의 인식 또는 인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한다고는 보지 않지만 적어도 저보다 천만배는 똑똑한 사람들의 논리적 주장을 받아들이며 상식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이 사회는 상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요즘 젠더의 개념과 권력에 관해서 젠더 전쟁이라고 할 만큼의 활발한 논의와 행동을 볼 수 있는데, 결국 이 사태는 차이의 인정이라는 현대적 상식의 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젠더 문제 뿐 아니라, 사회나 국가 혹은 커뮤니티 단위에서의 크고 작은 주장들을 보노라면 오히려 정치권의 주장들이 좀 옹졸하고 협소하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정치지형을 이루고 있는 양당체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이 현대적 상식은 민주주의라는 틀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것은 주장의 다양화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하신다면 반대쪽 극단의 중국을 한번 떠올려보면 될겁니다. 주장의 좌충우돌은 결국 정치적으로는 서로의 견제세력으로 등장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게 하는 자정작용이 있습니다. 이런 자정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예를 또 한번 떠올려 보면 일본이 있겠죠. 이런 다양한 주장과 사고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함께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폭발적인 우리의 문화를 꽃피워 냅니다.
공정이란 이 현대적 상식이 전개해 내는 생각과 행동이 잘 작동하고 있는가하는 문제의 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의(Justice)는 다소 관념적이지만 공정(Fairness)이란 실용적이기 때문에 오작동과 작동을 판별해 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공정도 편의에 따라 작동과 오작동이 뒤바뀌어 판단될 수 있지만 제가 가진 현대적 상식에 따르는 공정을 적용해 보면 적어도 제 안에서는 뒤바뀔 일이 잘 벌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사태를 오인했을 때는 틀리겠지만 말이죠.
윤석렬은 공정과 상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제가 이 사람과 지인도 아니고 말한번 섞어본 사이도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드러나는 그동안의 검찰행적과 공약, 그를 둘러싼 정치집단과 가족에서 파생된 다양한 사건들을 토대로 이해해 봤습니다.
저는 윤석렬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게 충성한다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이것은 사법권력의 정점에 있을 사람이 한 말인데, 헌법을 깡그리 무시한 발언입니다. 청문회때 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아뿔사 싶었습니다. 무슨 동네 건달도 아니고 조직에 충성하다니요. 조직도 결국은 사람이 모여서 되는 것인데, 그의 말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썩어빠진 검찰의 개혁수장으로서는 아주 부적합하다고 느껴졌지요. 그의 상식이란 검찰 조직과 행동방식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그 뿌리와 뼈대가 일제시대 때의 친일검사와 독재정권하에서의 공안검찰입니다. 이런 검찰을 개혁하려고 고 노무현 대통령도 애썼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죠. 박근혜 정권하에서 비서실장으로 모든 일을 총괄했던 김기춘이 바로 박정희 시대때의 공안검찰 출신입니다. 박근혜정권이 탄핵된지 5년이 안된 시점에 그런 뿌리 역사가 해체될리가 없으며, 윤석렬이 또 그만큼 검찰수장으로 있었으니 아직도 그자리겠지요. 문재인 정부가 노력했지만 실패작 가운데 하나라고 모두 손꼽고 있는 분야입니다.
윤석렬이 몸담고 있는 국민의힘을 한번 볼까요. 국민의힘의 전신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다들 아실겁니다. 박정희의 군사정부를 받들면서 여러가지 핵심산업의 부흥중에 국민에게 돌아가야할 많은 이익들을 가로챈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한 민정당이 의원직과 재산을 후대에게 물려주면서 지금의 국민의 힘이 돌아가게 하는 금권력의 근본이 됩니다. 직전 탄핵정부의 정당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력 대선 후보를 낼 만큼 말입니다. 국민의 힘 3선 5선이라고 명함 내밀면 그 뿌리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 파보면 일제시대 때까지 거슬러 가지만요. 국민의 힘에서 상식이란, 자신들 집단의 금권력의 확장 더도 덜도 아닙니다. 이런 권력집단에 기생하면서 사회적 상식을 병들게 하는 집단중에 사이비 언론과 종교가 있다는 것은 모두들 잘 아실 겁니다.
그의 가족들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상식에 어긋하는 일탈들로 부를 불리고, 적당한 사회적 명함을 편취했습니다. 결혼상대자와 그 가족에 대해서 어떤 사람인지 사전에 몰랐다고 하면 정말 새빨간 거짓말일 것입니다.
윤석렬이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알고 있는 상식과 공정이 무너졌다는 뜻일 겁니다. 그가 알고 있는 상식과 공정은 바로 위에 적은 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상식과 공정이 무너졌다는 말은 정반대로 상식과 공정이 바로 새워졌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그는 좀 고루한 사람입니다. 바뀌어진 시대적 패러다임을 놓쳐 버리고 옛말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상식과 공정의 기치아래 모든 것을 다 잘 완수 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그 노력 위에 절반의 상식이 대부분의 상식이 되도록, 공정의 가치가 고르게 작동되도록 하면 좋겠다고 바래 봅니다. 그 토대 위에 서야 비로소 자연스러운 통일이, 선진국 소리 들어도 부끄럽지 않은 더 큰 국가가 이룩되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이 부끄러운 글 이지만 용기를 내어 올립니다.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과 오해한 부분을 지적해 주시면 귀담아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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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만든 상황이란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현 시대를 같이 만들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 되든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면 미래는 더 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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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약간의 난독증이 있어 글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글 속에 자리잡은 큰 주제에는 큰 흠이 없다고 단언 할 수 있습니다.
수 많은 대중을 속였고 그 말에 속았던 그 중 한 사람이었던 저 역시 "조직에 충성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라는 이 두 문장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말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걸 받아 들이기엔 참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국민이 만든 윤석열" 이라는 대선 문구를 보면 싫던 좋던 그 말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마치 우리(국민)가 안철수를 정치판으로 끌어 들였고 결국엔 그가 우리가 생각했던 정치인이 되기엔 소양이 부족하던 인성이 부족하던 종국에 비호감이 되어 버린 것을 보면서 저 역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우리가 윤석렬의 공정과 상식을 탓하기 전에 우리 조차도 왜 우리는 괴물같은 그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나 자기반성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 것이 늘심심님의 글을 보고 더 제 스스로에게 자책하고 화를 내게 만드는 이유가 된 듯 합니다.
그리고 저 괴물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저 쪽 인간이 아닌 오히려 우리쪽?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더 이 번 대선의 승리가 절실해 지는 것 같습니다. 책임을 져야죠. 괴물을 만들어 낸 책임을...
깊은 뜻의 글을 읽고도 제 이해력이 부족해 끄적일 수 있는 단어가 제한적인게 부끄럽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