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고문의 계양을 출마와 '이재명의 민주당'>
이재명 고문의 계양을 출마는 고심 끝에 내린 매우 잘 한 결정이다.
물론 나는 이재명 고문이 어떤 결정을 내렸어도 똑같은 평가를 내릴 준비가 돼있었다.
그것은 내가 기회주의적이거나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든 나름의 의미와 장단점이 있고,
그런 만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고문 개인을 위해서는 출마하지 않고 '은인자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었겠으나,
'안전함'이란 '어려움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므로 선택이 가진 위험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계양을이든 분당갑이든 '출마'를 결정했다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이재명이 지금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당의 중심으로 들어온다'는 데 있다.
이재명이 출마를 결심한 순간 그는 선대위원장이라는 외면적인 직함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방선거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계양을에서 당선된다면 그의 당 대표 진입은 필연적인 것이어서
그가 대선 때 공언했던 '이재명의 민주당'을 향한 본격적인 도정이 시작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대선 후보가 돼서도 '당의 중심' 혹은 '당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그는 주류를 자처하는 세력과의 봉합에만 주력하느라 당 혹은 선대위 전체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은 오만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당을 장악하는 대신 주류 참칭 세력과의 봉합에 지나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고,
그러고 나서도 의미 있는 수준의 '봉합'마저도 충분히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 중요한 패인 중의 하나다.
지난 대선은 비주류 후보와 비주류 대표가 주류 참칭 세력의 온갖 내부 방해에 대해 노상 머리를 조아려 무마하면서 힘겹게 뚫고 나간 형태였다.
날개를 달고 뛰어도 이길까 말까 한 판에서 그는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양 발에 차고 뛰어야 했다.
나는 그가 대선 때 공언했던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다짐을 기필코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자연인 이재명이 끌고 가는 개인숭배 식의 민주당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노선과 실적, 그리고 가치로 통합되는 민주당을 말한다.
이재명을 지지하고 그에게 투표한 지지자와 유권자 중에 후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민주당이라서 찍어준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훨씬 많은 지지자들이 그가 보여준 실적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기대와 염원을 가지고 그에게 투표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은 그에게 가졌던 기대가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기 이전에 민주당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재명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곧 그를 진심으로 지지했던 모든 지지자들이 함께 골고루 짐져야 하는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