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4선에 당선되었으니 tbs 김어준씨는 퇴출되거나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김어준씨는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퇴출되는 모양새’를 더 원할 것이다.
그리고 퇴출되든, 스스로 물러나든 이 싸움은 무조건 김어준 승리로 끝날 것이다.
tbs에서 김어준씨가 퇴출되면 tbs의 국민들에 대한 방송 영향력은 현저히 찌그러들 것이고, 존재 의의가 상실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tbs를 교육방송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김어준을 몰아내기 위해 명분 제공용으로 만들어낸 교육방송이 성공할리 없고,
필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1등 교육방송 tbs를 만드는 게 오세훈 시장의 목표가 아님은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끄러운 관변 방송이라는 치욕을 견뎌야 할 것이다.
김어준씨는 tbs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뉴스공장’과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을 어디서든 기획하고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면 현재 OBS 방송국이 경기방송국 라디오 채널권을 인수했는데,
김어준씨는 경기방송국에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아침 라디오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방송국도 결국 방통위의 통제 하에 있어 완전 독립이 어렵고 견제가 심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김어준씨는 자신만의 독자적 유튜브 방송을 따로 만들어서(현재 그가 운영하는 다스뵈이다 말고)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자기가 부르고 싶은 패널들을 부르면서 훨씬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방송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현재 김어준과 동시간대에 아침 라디오를 하는 진행자들이,
김어준이 뉴스공장을 그만두면 본인들 프로그램의 청취율이 올라갈 거라고 살짝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kbs나 mbc 등 레가시 미디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미디어들에 알게 모르게 채워진 족쇄는 생각보다 많고,
생각보다 재미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가 더 크다.
일단, 김어준씨 입장에서야 tbs에서 뉴스공장을 계속 하는 걸 더 선호하겠지만,
퇴출되었다고 해서 이름 없는 유투버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투사’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현 정권에 저항하는 잔다르크’처럼 여겨질 거다.
그를 향한 추종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김어준씨가 요즘 오세훈 시장을 향해 더욱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어조로 도발을 하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이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요즘 미디어 환경은 레거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방송을 듣고 그 정보를 들으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예전이야 레거시 미디어의 정보가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했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정보를 기자들이 만들어내고, 방송에 나오는 패널들이 대부분 엄청난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의 정보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유튜버들이 말하는 정보를 전부 믿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편향되어 있기에 확증편향적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제공할텐데 그것을 어찌 100프로 믿겠는가.
따라서 중요한 건 레거시냐 아니냐, 공영방송이냐 유튜브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어준의 언론 영향력이 살아 있는 한,
오세훈 시장의 공격은 자가당착이고 부끄러운 패착으로 남을 거라는 얘기다.
따라서 오세훈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고 싶다면 이런 식의 치졸하고 근시안적인 공격은 하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다.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1차원적이고 유치하다.
우선, 그가 내놓은 전략 중 하나인 ‘성과급 연동제’부터 말해보자.
그는 취임하면서 야금야금 tbs 직원들을 압박하고 내분을 일으켜왔으며,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존재하는 한 tbs 직원들은 성과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거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흘려왔다.
돈 앞에 장사 없는데다가 공무원적 마인드에 뿌리 깊은 제작진 입장에서 프로그램 청취율이
아무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동의 1위라고 하더라도 수익으로 연결 되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특히, tbs가 서울시로부터 재원 독립을 하기 위해 ‘미디어 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상업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으나
방통위 등에서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tbs는 라디오 청취율 사상 최고라는 14프로 혹은 15프로의 청취율을 가지고도 광고 수입이 거의 없다.
광고를 못하게 하면 돈을 못 벌고, 프로그램 1등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제작진 입장에서 고생만 하고 핍박만 받는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하겠는가.
원망은 고스란히 김어준을 향하게 마련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걸 노리고 tbs 내부의 분열을 노렸을 것이나,
김어준은 tbs 직원이 아니고 자유롭다.
김어준은 언제든 나가서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송을 만들면 된다.
tbs에서는 미디어 재단으로 독립시켜 정치권이나 서울시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관변방송국으로서의 부끄러운 역사를 씻어버리고자 했으나, 상업광고 허용이 좌절되었고
대부분의 운영비를 굳이 서울시로부터 받아야 하는 굴욕적인 상황이 연장되었다.
그래놓고 이제 서울시는 그 돈을 가지고 협박하고 치사하게 구는 거다. 누가 봐도 모양새가 빠진다.
tbs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당시 ‘교통정보’를 제공 하겠다‘는 이유로
처음 설립되었기에 재정독립의 필요성도 없었고 존재감이 없었다.
주로 관변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했기에 듣지도 보지도 않는 방송이 되어 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돈으로 운영되기에 그런 것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를 두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없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tbs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장 용비어천가를 불러왔는데
이것이 과거 오세훈 시장 재직시절 더 공고해졌다고 한다.
tbs는 오세훈 시장 재직 당시에는 오세훈의 치적을 내세우고, 오세훈의 공적을 알리는 뻐꾸기 방송으로 유명했고,
방통위도 여론도 그런 tbs를 나무라지 않았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내리 3선을 하면서 tbs의 방송 편성권과 내용에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고
tbs 사장들은 청취율과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진행자와 패널 그리고 콘텐츠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좌파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가 앵커를 맡으면서 현재의 상황이 되었다.
이는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려서 일어난 결과이기는 하지만,
대표적인 아침 시사 프로그램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고, 4, 5년 동안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청취율 1위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김종배 앵커나 기타 진보적 스피커들이 마이크를 잡아가면서 방송의 성격을 정립시키고 청취자층을 확보해나갔다.
현재는 신장식 변호사가 진행하는 저녁 시간대 '신장개업' 방송이 이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라디오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tbs 티브 역시 잡히지도 않던 시청률이 잡히기 시작하더니 1%대에 육박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방송국이 알아서 이뤄낸 것이다.
청취율이나 시청률 0.1도 잡히지 않던 매체가 평균 15%의 청취율을 4, 5년 이어가고 있다면 이건 기적 아닌가.
이렇게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無’로 만들겠다고 한다.
사업적 마인드에서 봐도 빵점인 의사결정이고, 변호사가 내린 결정이라고 하기에도 추접스럽다. 너무 좀스럽다.
오세훈 시장이나 여권에서 방송의 편향성을 주장하지만,
만약, 청취자나 시청자들이 그들의 방송을 싫어하거나 편파적이고 문제가 심각하므로 들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청취율이 그렇게 높게 나오고 덩달아 티브 시청률까지 올라갈 수 있었겠는가.
만약 김어준의 주장이나 신장식의 방송 내용이 절대 다수가 듣기에 말도 안되는 좌파 방송이어서 그들만의 리그라면,
왜 그들이 몇 년 동안 청취율 1위를 지키며 2위와의 차이가 그렇게 많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금 청취율 2위인 프로그램의 청취율과 뉴스공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중요한 건 이거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나에게 제공되는 정보들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 보다는
그런 정보를 주는 사람들의 ‘의도’와
그런 정보를 주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핍박받는지’,
정부가 그들을 ‘왜 통제하고 왜 못살게 구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형성할 거라는 거다.
만약 퇴출된 김어준씨가 레가시 미디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스스로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신뢰감 있고 근거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현재 뉴스공장 그 이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김어준의 방송은 편향적이다.
하지만 그가 전혀 근거없이 편향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세훈 시장의 논리는 서울시의 재원으로 상당 부분 운영되는 공영방송 tbs가 왜 야권 편향적 목소리를 내냐는 것이었는데
만약 반대로, 진행자가 지금의 여당인 국민의 힘에 편향적 목소리를 냈다면,
혹은 윤대통령과 국민의 힘에게 유리한 발언을 주로 해왔다면 오시장으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았을 수 있고,
특히 퇴출의 명분으로 삼는 ‘고액 출연료’ 문제도 별거 아니라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현재 상황은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 힘이 만든 것이다.
김어준이 계속해서 편향적이고,
김어준이 계속해서 매우 용감하게 뻔뻔해지는 논리는
오세훈 시장이나 국민의 힘, 그리고 보수단체들의 속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더 웃기는 건, 지금 대한민국 언론, 특히 신문과 방송 등에서 절대적으로 객관적이고
절대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매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패널선정, 주제 선택, 진행자의 교묘한 상황 왜곡 등을 통해
sbs, tv 조선, 채널 A, mbn이 보여주는 편파성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무는가.
이들의 방송은 tbs 보다 훨씬 더 보수 친화적이고 여당 친화적이며 지나치게 노골적인데, 아무런 문제점을 못 느끼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들 방송국의 영향력은 tbs 따위와 비교도 안된다.
kbs와 mbc 역시 조금 더 버티기는 하겠지만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와 ytn이 정권 따라 엄청 줄타기를 하는 거는 누구나 다 잘 안다. 그리고 이들은 갈대보다 더 빨리 바닥에 누워버린다.
여기에 조선, 중앙, 동아, 경향 서울, 국민, 매경, 한경, 파이낸셜뉴스, 이데일리 등 기존 매체의 편파성이
그렇게 심해도 단 한 마디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편성권 침해와 방송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아 가면서
김어준을 몰아내고 tbs를 관변 방송국으로 만들어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지금이야 오세훈 시장의 주장이나 구상이 그럴듯하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이는 패착이다.
조금만 있으면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발목을 휘어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