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용기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것
민주당에 대해 이제는 뭔가 말하기조차 힘들다.
이틀이나 한참 토의를 하고 난 뒤 기껏 나온 열쇠말이 ‘겸손, 실력, 단결’ 이런 거라니. 초라한 결론이 아닌가.
오만하고 무능한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반발과 이탈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정녕 모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당의 가장 심각한 병폐는 ‘역사 앞에서 용기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걸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은 거의 모든 것을 제공했다.
그러나 바로 그 용기가 사라진 정당은 적폐와의 싸움에서 전투력을 잃게 될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소중한 전투자원조차 내팽개치고 짓밟는 자기배반과 자멸의 습성에 젖어갔다.
결국 이들은 담대한 정치의 길을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각종 모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했고 권력화된 정치검찰과의 싸움에 머뭇거렸으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에 절실한 요구인 자주의 권리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다시 민생을 외친다.
좋다. 그런데 민생이야말로 가장 첨예한 계급적 대치가 존재하는 전장터이다.
민생에서 그 어떤 것도 계급적 대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감당해낼 수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 경제적 토대를 구성하는 일은 가난한 이들을 우선 지켜내는 정책과
노동의 현실을 개선하는 작업, 그리고 공적 자금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진보정당이 아니더라도 이는 국민적 지지기반을 획득하려는 정당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령 물가가 오르면 임금은 올라야 하고 지대는 묶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우면 공적 자금의 재정지원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대자본의 이해와 정면으로 반한다.
민생은 그런 싸움의 치열함에서 이뤄내는 정치력의 탁월한 발휘에서 가능해진다.
이런 걸 하려면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들과 우선 함께 하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용기가 당연히 요구된다. 그것부터 갖춰져 있지 않으면 민생담론은 결국 기만이 된다.
차별금지, 중대재해처벌과 관련한 법에 대해 민주당이 보였던 태도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특권타파가 아니고서는 진정한 민생은 꿈도 꿀 수 없다.
그 특권이 경제적 자원을 독점하는 체제가 유지되는 한 노동자, 서민들은
상 밑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해 을(乙)의 전쟁에 몰입하게 된다.
특권타파를 하려들지 않은 정치는 상 위에 차려놓은 것은 결코 건드리지 않는다. 자신들도 그 식탁에 앉으려 든다.
그 특권체제를 엄호하는 가장 강력한 권력, 정치검찰국가의 등장을 막지 못한
그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는 민주당의 겸손, 실력 운운은 헛다리 짚는 것이다.
민주당을 다시 고쳐 쓸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 그릇을 만들어 써야 하는지 조만간 판정이 날 것이다.
미래전망을 담아내는 국가론도 없고 치밀한 세계정세론도 없고 여기에 대응하고 과제를 걸머지고 돌파할 정당론도 없는 채로
해보겠다는 노선 확립은 당내 세력다툼을 조정하는 정치공학에 다시 빠져들게 될 뿐이다.
큰 정치의 틀을 던져 그걸 이루기 위한 격전(激戰)을 펼치는 순간, 지금의 허접한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사소한 문제가 되어 점차 사라지게 되고 위대한 정치의 길에 눈뜨는 지지자들이 열정을 품게 되면 사태는 전격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담대한 지도력, 용기가 넘치는 지도자가 새로운 지평을 본다. 지혜는 거기에서 태어난다.
덕(德)을 뜻하는 영어 Virtue의 라틴어는 비루투스(Virtus)이다.
그건 다름 아닌 용기를 뜻했다, 왜 그랬는지 깊이 짚어볼 일이다.
유배지에서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經世遺表)>를 통해 목숨을 걸고 남긴 말이 곧 유표(遺表)이다.
다산이 민생을 말하면서 특권체제와 날카롭게 맞서는 역사의식을 부르짖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처한 계급모순의 고통을 맹렬히 다룬 까닭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민주당의 전격적 전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기다리면 될까? 부디 우리가 겪고 있는 절망을 더는 가속화하지 말라.
“용기”, 그걸 다시 마음에 담고 앞을 보라. 과제가 선명히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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