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재해구호협회, 한국·더나은미래·뉴스타파·유튜버에 소송 패소
항소, 기자 형사고소도…불기소에 항고
국내 대표 모금단체 중 하나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협회의 불투명한 운영과 비위 의혹을 지적한
언론사와 기자 개인, 유튜버를 상대로 제소했다가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들 보도의 공익적 필요성을 언급한 한편 협회 이사진이 언론사 대표들을 위주로 구성된 사실도 지적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8월31일 유튜버와 조선일보 기자들, 한국일보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희망브리지가 뉴스타파 법인과 조원일 기자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지난 7월22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희망브리지는 재해구호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구호단체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개인을 비롯한 기부자가 모금한 의연금을
독점 관리하고 배분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 그러나 유사 법정구호단체와 달리 정기 공적 감사 의무를 지지 않아
각종 기금 운용과 조직 운영 문제에 안팎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적십자사·사랑의열매와 함께 국내 대표 모금·구호 단체로 꼽힌다.
언론사 대표가 당연직으로 이사진을 구성하는 점도 특이점이다.
▲희망브리지 모습. 사진=뉴스타파 보도화면
송필호 전 중앙일보 사장이 회장이며,
이사는 서울신문, 경향신문, KBS, SBS, MBC,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네이버 등 각종 언론사 및 포털, 그 외 각종 공사·협회 대표자다.
앞서 이들 언론인과 유튜버는 2020~2021년 희망브리지 운영 부당성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뉴스타파는 코로나19 국민성금을 운영하며 불법·가짜 마스크를 지자체에 공급하고 재향군인회의 불법 수익 사업에 연루된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희망브리지가 구호 명목으로 받은 의류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협회 리모델링 공사에 사무총장 지인 업체를 선정했다는 의혹을 다뤘다.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 더나은미래는 희망브리지가 걷은 직원들 주차비가 김정희 사무총장의 결혼기념일 꽃다발 등 개인 용도로 사용된 사실과
김 총장의 직원 부당 대우 문제 등을 보도했다.
유튜버 A씨는 삼성SDS의 희망브리지 300억원 기부 과정에서 기부금 필요경비 비율을 과다하게 산정했다고 방송했다.
희망브리지는 이들 기자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 손해배상 또는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법원은 두 사건에서 희망브리지 쪽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들 보도가 허위로 보기 어려운 데다 공익성도 인정된다는 취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11단독 김호춘 부장판사는 지난달 7일 송달된 손배소 판결문에서 한국일보와 더나은미래 보도,
A씨의 유튜브를 두고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으로 그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언급된 사실관계 역시 허위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데다가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협회가 가진 권한과 같은 고도의 공공성과 사회성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책임과 비판에 대한 겸허한 수용은 당연히 기대된다”고 밝힌 뒤
“고도의 공공성과 사회성에도 불구하고 원고 협회는 타 유사 법정구호단체와 달리 의연금품 모집,배분과 관련해
공인회계사의 사적 감사와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보고 의무만을 부담할 뿐 정기 공적 감사로부터 면제돼 있는 데다가
내부의 핵심 조직 역시 특정 직역 출신(언론) 인사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관계로,
각종 언론과 사회 일반에 의한 비판과 통제의 필요성은 한층 커진다”고 강조했다.
▲희망브리지 회장 및 이사진.
서울중앙지법 25민사부는 희망브리지가 뉴스타파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에서
“허위사실을 암시하거나 적시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희망브리지는 두 판결에 항소했다. 희망브리지 측은 제소 당시 미디어오늘에 “언론 보도 이후 피해를 입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망브리지가 기자 개인을 형사고소한 사건도 진행 중이다.
희망브리지는 지난 2021년 한국일보 정민승 기자와 뉴스타파 조원일 기자를 형사고소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으나
희망브리지 측이 항고해 서울고검에 계류 중이다. 희망브리지의 민·형사 법적 대응 비용은 희망브리지에 모금된 기부금으로 치러진다.
조원일 기자는 판결을 두고 통화에서 “희망브리지는 민간기구라 주장하지만 엄연히 법적 책임이 있는 중요한 기관인데다 재원은 국민 기부금이다.
이것이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한 법적 분쟁 비용으로 쓰인다는 점 자체가
희망브리지가 자기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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