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했다. 그러나 사실 관계와 법리 구성이 온통 의문투성이여서 검찰이 또 정적 때리기를 위한 정권의 손발 노릇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민주당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 21일 이 대표에게 '오는 28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민원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12월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를 인수한 뒤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축구단 인수에 따른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현안 기업을 접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 등의 뇌물 혐의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또 이 대표가 성남일화 인수 당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난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했던 대목을 함께 제시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날 춘천지검 속초지청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이 이 대표 소환 통보에 대해 묻자 "잘 알다시피 검찰은 성남시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있었던 성남시 관계자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간의 유착 비리를 수사해 오고 있지 않냐"며 "통상적인 지자체의 토착 비리에 대한 수사이고 절차에 맞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법무장관이 '지자체의 토착 비리'라고 이미 결론을 낸 듯이 발언한 것이다.
22일 오전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미 2021년 9월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났던 사건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 등이 고발한 사건으로 경기 분당경찰서가 수사 뒤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종료됐는데,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2022년 2월 성남지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재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인 지난 9월 13일 경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2차 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정권이 바뀌자 수사 결과가 180도 뒤집어진 모양새다.
2차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이나 서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보완수사 요구에 따른 수사이므로 수사 주체는 검찰"이라며 "보완수사 요구 범위에 이 대표 관련 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요구에 할 수 없이 따랐다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지난 9월 13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달 26일부터 성남시청,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농협은행,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며 직접 수사에 돌입했다. 최근엔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등을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 정권의 최대 정적이자 눈엣가시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이뤄지고 있는 동시다발적 표적 수사는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측이 고발했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관련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분당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대선 비밀 캠프 전용 의혹 사건 등 10여 건에 달한다. 심지어 이 대표 아들이 국외에 서버를 둔 카드 게임 사이트에서 온라인 포커를 하고 성희롱성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그 오른팔 한동훈 법무장관이 확고하게 장악한 검찰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극단적인 편향성을 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성남FC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경찰의 팔을 비틀어 죽은 사건을 다시 살려냈다"고 강력 반발해왔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정치적 의도를 떠나 무엇보다 법리상으로 죄가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약속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핵심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하고, 이 직무를 처리하는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청탁에 연루됐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나야 한다.
우선 이 대표는 경찰이 "100원짜리 흐름까지 모두 들여다봤다"고 했던 1차 수사 때는 물론 2차 수사에서도 두산건설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공여죄 혐의를 걸었다는 자체가 이 대표한테 흘러간 돈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오히려 반증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두산건설 측으로부터 분당구 정자동의 한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 용지로 변경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축구단 성남FC에 2014∼2016년 55억원 상당의 광고 뇌물을 공여토록 한 뒤 용도변경을 해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 본인은 안 받았지만 제3자, 즉 성남FC가 돈을 받도록 했다는 게 검경의 판단인데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성남FC의 당연직 구단주였다. 개인 소유가 아닌, 임기 동안에 자동으로 구단주가 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정 상태가 넉넉지 못한 구단 후원을 위해 광고를 유치하려 노력하는 건 전국 지자체에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측은 "경남FC는 김태호 도지사 시절 STX그룹에 총 200억 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고, 홍준표 경남 도지사는 대우조선과 메인 스폰서십을 맺고 지역의 기업대표 16명을 경남FC 재정이사로 영입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인천 유나이티드FC를 창단하면서 GM대우, 인천대교 등과 후원 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열거하면서 "기업 유치와 광고 영업이 죄라면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장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항변한다.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이 대표가 금전적 이득은 취하지 않았더라도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그래서 이 대표가 과거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했던 대목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구단이 잘 운영돼서 단체장의 능력에 관한 평판도 좋아지는 걸 기대한다는 게 뭐가 문제라는 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지점이다. 이는 수많은 스포츠팀 운영을 비롯해 각종 역점 사업을 추진해 자신의 성과로 삼으려는 전국 지자체장에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극히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미지 상승을 통한 정치적 이득'이 범죄로서의 '동기'로 성립이 안 된다는 얘기다.
'부정한 청탁' 역시 부정한 줄 알면서 뇌물을 주도록 했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었는지, 아울러 용도변경 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해 이렇다 할 증거나 내용이 없다. 이 대표 측은 두산건설로부터 그 어떤 청탁도 받은 사실이 없고, 두산건설로부터 받은 기부채납과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성남FC가 수령한 후원금은 결국 성남시민의 이익으로 돌아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5년 8월 1일 페이스북에 "부지 10%(약 100억) 기부채납과 수십억대 지역사회 기여로 절반 이상의 시세차익을 회수했다"며 "20년간 공사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되던 기업 소유 병원 부지를 업무시설로 용도변경해주는 대신" 성남시가 5가지의 혜택을 본다고 직접 설명한 바 있다.
1) 토지 300평(약 100억 원)을 기부받고, 2) 체육 문화 예술 등 지역사회 공헌으로 수십억대 지원을 하며, 3) 매출 4조 원대 5개 계열사 본사를 이전 입주함으로써, 4) 5개 공기업 지방 이전에 맞먹는 종업원 4300명이 입주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고, 5) 연 100억 이상의 지방세수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용도변경하지 않고 영구적으로 '공사 중단된 흉물 병원 부지'로 방치해야 할까요? 용도변경하여 시세차익을 상당 부분 회수하고 기업 유치를 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성남시와 두산건설 양측도 "성남FC 광고 수익과 용도 변경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취지로 강하게 반박해왔다. 이번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성남시 전 공무원과 두산건설 전 대표 측은 지난달 1일 열린 첫 재판 때부터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가장 경계했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처럼 시간에 쫓기는 사안도 아닌데 검찰이 왜 이렇게 서둘러 기소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기소 전에 압수됐는데 포렌식은 기소된 이후 이뤄졌다. 기소 후 강제수사로 이는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기소 과정부터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오염된 게 아닌가 한다"며 "적어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치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례적일 정도로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거듭 지적했다.
민간 법인이 아니라 성남시 산하 기관인 성남FC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로 볼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제3자 관계로서 성남FC가 불법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면 성남FC 임직원들부터 줄줄이 기소가 돼야 할 텐데 그런 것도 없다. 전반적으로 사실 입증도, 법리 구성도 난해한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성남FC에 들어간 광고 수익 중 일부가 이 대표의 측근에게 부당하게 지급됐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 등 관련 수사를 벌였으나 후원금이 이 대표 측근들에게 성과급으로 부당하게 지급된 정황은 없었다"며 "후원금이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인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과 국민의힘 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와 공모해 롯데 신동빈 회장 등 대기업들을 상대로 출연금을 강제 모금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과 제3자 뇌물의 구조가 유사하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은 최서원 씨가 관리한 민간 법인이고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경제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엮여있었던 반면, 성남FC는 성남시 소속 기관이고 시장 임기가 다 되면 구단장직에서도 자동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는 비교다. 이재명 대표와 성남FC가 '경제 공동체' 관계라는 건 터무니 없는 비약에 불과하다.
2차 수사 당시 경찰은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6곳 중 두산건설을 제외한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은 1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검찰은 두산건설 외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뭐 하나라도 걸리라는 식으로 투망식 수사를 확대하는 건 검찰의 특기이자 고질병으로 꼽힌다.
늘 그렇듯 검찰의 스피커 역할을 하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대대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대표는 이미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애초 정권이나 검찰이 노리는 목적이 그 같은 낙인 효과라는 의심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성남FC 재수사를 대검찰청과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막았다는 주장도 친윤 언론들이 단골로 제기한 레퍼토리이지만 당시 대검과 성남지청에서 자세한 반박 입장문을 낸 바 있다. 박은정 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방해하고 종결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2일 '국민속으로 경청 투어'의 일환으로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연설하던 도중 "검찰이 저를 소환하겠다고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대장동 가지고 몇 년 가까이 탈탈 털어대더니 이제는 무혐의 결정이 났던 (성남)FC 광고한 것 가지고 저를 소환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을 할 동안, 그 이전 시민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수없이 검찰, 경찰로부터 괴롭힘 당했다. 시장, 도지사 10년 남짓 동안 나흘에 사흘을 압수수색, 조사, 감사를 당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면서 "저와 제 주변을 털고 있는 검찰 숫자가 60명 더하기 파견검사까지, 제가 보기엔 70명도 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 아내는 두 번 검찰, 경찰 소환조사 받고 세 번째 또 수사를 받고 있다. '2만 6000원 밥값을 누가 냈냐' 이런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압수수색하고, 세무조사하고, 겁주고, 고통을 줘도 할 말 하고 할 일 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존중되는 제대로 된 나라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여러분이 함께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단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28일에는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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