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지난해는 대통령 리스크가 대한민국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해였다. 그런데 올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잘못 낀 첫 단추의 늪’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의 비속어 사용 논란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말실수(?)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은 변명과 부정의 반복 → 언론 탄압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중단이나 신년 기자회견 거부 등) 불통으로 이어졌다. 10.29 대참사와 무인기 안보참사 등은 ‘잘못 낀 첫 단추의 늪’에 빠진 결과물들이다. 경제위기 속 예산을 낭비하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때 경호 문제로 도시 시스템의 해체에 따른 10.29 대참사가, 그리고 청와대와 용산 국방부 중심의 안보 시스템의 균열로 무인기 참사는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잘못 낀 첫 단추’가 윤석열 정권의 목표나 정체성까지 위협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석열 정권은 ‘닥치고 한・미동맹에 올인’하고 있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미국의 신뢰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가 나쁠 게 없다는 북한의 ‘의도(?)된 자극’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강경 대응은 (동북아에서 중국 압박에 집중해야 하는)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기획, 공동연습’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바람을 바이든 대통령이 단칼(?)에 부정한 배경이다.
확증편향’과 연이은 ‘무지성 발언’이 부르는 국민 불안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이익 훼손을 서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런 침략행위를 저지르고도 국제사회에서 상응하는 제재나 징벌을 받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부추기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는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는 ‘불필요하게’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소지가 충분하다. ‘러시아=침략자’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나 징벌 강화’는 러시아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은 시대 흐름을 외면하면서 국제무대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이 대북 강경 대응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독재정권의 단골 메뉴인 ‘안보팔이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잘못 낀 첫 단추’에 따른 지지율 참사가 국민 불안으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이처럼 대통령 리스크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국가 경제 및 민간 부문 등에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둘째, 또 하나의 대통령 리스크는 ‘확전 불사’ 같은 ‘확증편향’ 신념과 그 연장선에 있는 (정치공학적이지만 너무 수준이 낮은) ‘즉흥적 발언’ 등과 더불어 ‘무지성 발언’이다. 정치인도 공직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한다. 실수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실수를 대하는 태도도 중요한데 실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나아지려는 태도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적당히 알고 있는, 그런데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확인 없이 쏟아낸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술안주급 발언을 너무 쉽게 즉흥적으로 내뱉고 있다는 지적이 시중에 회자하는 배경이다.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나온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발언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이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오늘의 시장은 국가 개입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본래 (시장 판매를 통한 영리 추구 목적으로 생산한) 상품이 아닌 토지, 노동, 화폐 시장은 국가 개입 없이 불가능했다. 토지는 자연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노동은 삶의 한 부분을 구성하듯이 자연과 삶은 오랫동안 서로 연결된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였다. 인간을 삶의 터전인 토지(자연)로부터 강제로 분리시켜 자본의 요구대로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개별적 존재로, 그리고 토지를 시장 속에 던져진 단순 부동산 형태로 대체시키는 사회의 재조직화 과정은 국가 개입 없이 불가능했다. 교역의 장애를 제거하는 자유무역 도입은 국가 간 지난한 협상의 결과물이었고, 화폐가치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의 도입 과정 역시 월가(금융자본) 이해에 기초해 국제통화시스템을 재구성한 결과였다.
국가 개입 없이 시장이 존재할 수 있나
이처럼 순수상품을 제외한 많은 시장의 형성과 확장은 시장국가 개입에 의한 ‘고도의 정치적 인공물’이었다. 즉 시장경제는 (인간사회에만 존재하고 특정 시기에 나타난) 하나의 제도인데 초역사적 기구로 머리에 잘못 주입된 결과이다. 아니 시장과 시장경제의 차이를 모르는 무지의 결과다. 일반인에게 조금은 전문적인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시장과 시장경제는 차이가 있다. 고대나 중세 사회에서도 시장이라는 제도는 존재하였다. 그러나 시장이 있었던 고대나 중세 사회를 시장경제 사회라 하지 않는다. 고대나 중세 사회에서 시장은 자원이나 생산물 배분에서 일부 역할만 담당했을 뿐이다. 전통의 규칙, 호혜적 교환, 재분배 등 다양한 원리가 작동하였다. 예를 들어, 고대나 중세 사회에는 토지시장이나 노동시장, 화폐시장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윤석열 정부에게 ‘진심으로’ 선거 때 활용했던 ‘AI 윤석열’을 도입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유시민 작가는 “군사행동 말고 말로만 하시라” 했는데 대통령의 ‘말 리스크’가 너무 크다. 국가는 물론이고 윤석열 정권 자신을 위해서도 ‘말 리스크’를 최소화시키자. 예를 들어, 인터뷰 등을 ‘AI 윤석열’에게 맡기면 대통령 리스크는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다. 본인이 챗봇 오픈에이아이(open AI)에게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가? 개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물었을 때 아래의 챗봇 대답을 보라. 챗봇의 대답은 명료하다. “한국이 개발할 기술 역량을 갖고 있지만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서명 국가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약속을 한 국가여서 개발을 강행하면 약속 위반이므로 국제적 비난과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미국의 한국 방위 약속은 재평가되고 남한에 주둔하는 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대통령의 말 리스크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사라질 것 같지 않은가. 무엇보다 ‘인공지능·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 구현’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가.
윤석열 정권의 시장에 대한 몰이해는 ‘맹목적 시장숭배주의’로 이어진다. 그런데 시장숭배주의자는 ‘사이비 시장주의자’이다. 힘이 없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시장 원리를 엄격히 적용하는 반면 특권층에 대해서는 시장 원리를 헌신짝 취급한다. 대기업들이 자금난에 처하자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해 (회사채나 CP 매입 등) 자금지원을 해주고 금리까지 개입한다. 그런데 경제적 취약계층에게는 이 어려운 시절에 시장 논리를 내세우며 최고금리 최대 27.9%까지 인상을 추진한다.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에 내던져진 취약계층에게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습사회 떠받치는 윤 정권의 국가권력 사용법
정부는 시장 경쟁 낙오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경제 이론이다. 반면에 힘 있는 존재에게 정부가 힘이 되어 주는 사회가 전통 신분제 사회가 아니던가. 힘없는 국민은 정부가 존재하는가를 묻고, 힘 있는 자들을 국가가 챙겨주는 윤석열 정권은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먼 봉건적 사고 소유의 집단이다. 봉건적 사고는 결코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끝없이 특권의 구조화나 심지어 제도화를 추구한다. 물리적 폭력이 전통적 봉건사회에서 특권을 뒷받침한 도구였다면 오늘날 특권은 돈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흔히 한 사회를 경제적 사다리의 존재 여부로 봉건사회와 자본주의사회로 구분한다. 경제적 사다리가 없어진 사회는 (힘없는 사람에게만 가혹한 시장 원리를 적용하는) ‘외양만’ 자본주의사회다. 안을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세습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 특권층 카르텔은 ‘돈’을 매개로 형성된다. 돈은 크게 소득과 자산의 흐름에서 발생한다. 돈의 흐름을 자산보다 소득이 지배할 때 경제적 사다리는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소득은 유량(flow) 개념이나 저량(stock) 개념인 자산은 세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2021년 말과 2019년 말 사이에 미국의 국민순소득은 2조 7백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그런데 주식과 주택의 순자산은 39조 3천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반면 한국은 국민순소득은 103조 원 증가하였고, 국민순자산은 3239조 원이 증가하였다. 양국의 차이라면 순자산 증가에서 미국은 주택이 25%에 미치지 못하나 한국은 같은 기간 동안 부동산 자산의 증가가 2825조 원으로 87%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속성상 다른 자산에 비해 부채를 많이 내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GDP 대비 1962년 1.9% → 1972년 11% → 1982년 22.9% → 1992년 44.3% → 2002년 64% → 2012년 77.3% → 2022년(3분기 기준) 105.2%로 증가해 온 배경이다. 돈이 가장 많이 모이는 부동산을 매개로 사회의 공적 부문과 민간 부문의 이권 카르텔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국 사회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힘은 재벌과 금융자본이고 이 둘을 매개하는 것이 건설이다. 재벌 기업들이 1개 이상의 건설회사를 모두가 갖고 있고, 부동산담보대출이 금융의 가장 안전하고 큰 돈벌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에서 부동산 카르텔을 지원하는 곳이 모피아다. 모피아는 기재부를 정점으로 국토부, 금융위, 국세청, 심지어 한국은행 등 돈과 관련된 모든 공적 영역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직을 떠나면 관련 금융 및 부동산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심지어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다. 카르텔 내에서 회전문 인사가 정착되었다. 현재 금융위원장인 김주현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민간영역에서 부동산 카르텔을 지원하는 곳이 언론과 법조계 등이다. (대장동 사태에서 보듯이) 검찰조직은 이들 모두와 사실상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재벌-금융자본의 ‘부동산 이권 카르텔’과 연결된 세력들
부동산 카르텔을 이해하면 윤석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이해가 간다. 지난해 10월 24일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건설그룹 오너의 장남으로 현재 부회장이자 중흥그룹이 소유하는 언론사 헤럴드의 회장인 정원주 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주택건설협회에서 ‘주택경기 침체 해소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한다. 민간 미분양주택을 LH나 HUG 등 공공기관이 공공주택으로 매입하고, 분양권 전매 규제를 완화하고, 미분양주택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민간 매입임대등록을 조속히 실시할 것 등이 주요 건의 내용들이다. 이를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고, 실제로 모든 건의 내용들을 기초로 기재부와 국토부 등은 규제 완화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새해 1월 3일 윤석열은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미분양 공공기관 매입과 취약층에게 임차 검토“를 지시하고, 1월 8일에 국토부가 “공공기관의 미분양 주택 매입과 더불어 1월 2일부터 미분양 주택에 대한 PF대출 보증(5조)” 시행을 발표한 것이다.
카르텔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너무 투명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이 공급부족론과 민간임대주택 중심으로 구성된 배경이다. '공급부족'을 관-언론-카르텔에 기생하는 지식장사꾼 등이 펌프질하고, (겁먹은 서민들은) 부동산 매수에 뛰어들게 되고, 가격이 폭등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한다. 건설사는 수요 예측이 필요 없다. 분양되지 않으면 정부가 매입해주는 짓을 10년 이상 해오지 않았는가. 이제는 무너지는 부채 모래성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영끌'조차 하지 못한 젊은층과 취약계층 등에게 금리를 할인해 줄 테니 빚내서 주택을 사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대출에 소득제한이 없다고 발표를 해놓고, ‘빚내서 집사기 시즌2’라는 비판이 일자 기재부장관이라는 자는 DSR 규제는 유지한다는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늘어놓는 정권이다.
위기 때 봉건적 권력은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보통 사람을 제물로 삼는다. 보통 사람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릴 때 국가권력이 유지된 역사는 없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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