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2.8. 연합뉴스
곽상도 전 의원이 김만배 씨로부터 아들 곽병채 씨의 퇴직금과 성과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시민언론 민들레의 취재에 응한 변호사들은 ”청탁 관계에 대한 수사가 미비한 상태로 기소한 결과로서 한 마디로 면죄부 수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곽 전 의원과 김만배 씨의 뇌물 수수 사건, 또한 남욱 변호사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뇌물 부분은 무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직무관련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곽병채 씨와 경제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무죄 이유로 들어 만약 곽 전 의원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면 유죄로 판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50억 약속클럽’ 등에 대해 “이익 분배와 관련한 분쟁 과정에서 본인의 몫을 확대하기 위한 허언이이었다”는 김만배의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로서, 김만배 씨가 마찬가지로 ‘허언’이라고 주장한 ‘천화동인 1호 유동규 소유설’을 바탕으로 한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직무관련성 일부 인정…'제3자 뇌물죄' 여지 남겨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하나은행의 컨소시움 잔류를 위한 로비 △국회 문체위원으로서 문화재청에 대한 압력 △국회 교육위원으로서 대장동 지역 학교 설립 등의 직무관련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서의 활동은 대장동 사업과 직무관련성이 밀접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국민의힘 부동산특위 활동은 “국회의원으로서 가지는 직무권한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있어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들과 민간사업자들 사이의 유착관계가 있는지, 민간사업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조사하는 등의 행위는 위 의정활동에 관한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곽병채가 피고인 김만배로부터 지급받은 돈과 얻은 이익을 피고인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이 곽병채가 지급받은 돈과 받은 이익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1심 선고공판 후 곽상도 전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가운데 남욱 변호사가 그 옆을 지나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2.8. 연합뉴스
아들 경제적 독립 관계…“직접 뇌물로 볼 수 없어”
그러나 재판부는 “곽병채가 피고인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금품 및 이익이나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한다”면서도 “성인으로 결혼을 하여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 온 곽병채에 대해 곽상도가 법률상 부양의무를 지지 않고, 곽병채가 수령한 금액의 일부라도 곽상도에게 지급됐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들을 종합하면 곽병채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돈과 이익을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로 볼 수 없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직무관련성이 일부 인정되고 아들을 통한 뇌물 수수로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지만 곽병채가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존재이므로 곽상도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서, 곽상도에게 청탁한 대가를 경제적으로 제3자인 곽병채에게 지급한 ‘제3자 뇌물’로는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법조인들 “전형적 봐주기 수사의 결과”
그러나 법조인들은 “뇌물죄 수사의 핵심이었던 하나은행 청탁 관계에 대해 실질적으로 수사를 거의 하지 않은 셈이고, 정영학 녹취록에는 민정수석 당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이 보이는데도 이 부분은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50억 무죄는 봐주기 수사의 결과”로 평가했다.
또한 ‘제3자 뇌물죄’ 기소 및 유죄 가능성에 대해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제3자 뇌물의 경우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의 수사 수준을 보면 그 부분 수사가 현저하게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의 입증 수준으로는 제3자 뇌물로 기소한다고 해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결한 남욱의 5000만원 부분도 민정수석 당시의 청탁에 대한 사후 수뢰죄를 적용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는데도 형량이 가장 적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며 “이 역시 봐주기 수사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곽상도 50억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감만배 씨가 선고 공판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3.2.8. 연합뉴스
김만배 “허언” 주장 수용, 이재명 수사 영향줄 듯
한편 재판부는 김만배가 남욱과 정영학에게 “곽병채를 통해 곽상도에게 50억을 줘야한다는 말을 하고 구체적 지급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대화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통비 부담과 관한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곽상도를 포함한 이른바 약속클럽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각 50억 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관한 김만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을 부인하고 “이익 분배를 둘러싼 분쟁 과정에서 나온 과장된 허언이었다”는 김만배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으로,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며, 그것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천화동인 1호 유동규 실소유설’에 대해서도 유동규는 “지나가는 농담으로 나온 말”, 김만배는 “허언”이라고 주장해 왔던 바, 같은 논지의 주장을 곽상도와 관련해서는 인용하고 유동규 및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서는 기각하여 녹취록 내용과 관련자들의 증거를 인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일석 에디터-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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