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윤석열 정부 대일 굴욕외교,
앞으로가 더 위험하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에 이어 한·일 정상회담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 구상권 불청구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답했다. 회담 직후 문부과학성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을 통해 조선인 강제징용에서 ‘강제’라는 표현을 빼도록 했고 독도에 대해 ‘일본영토’를 ‘일본 고유영토’로 수정토록 해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했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 박진 외교장관은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일본의 첫 조치는 ‘호응’이 아니라 ‘도발’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굴욕외교를 펼치면서 내세운 명분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이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미래’란 “기시다 총리가 적절히 ‘호응’한다면 한·미·일 3개국이 동북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안보·경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한다”(대통령실 대변인)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짝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일본은 한국의 4개국 안보협의회(QUAD) 참여에 여전히 소극적이며, 경제안보에서도 한국을 협력이 아닌 경쟁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본의 외교안보정책은 이미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기축으로 영국·호주와의 준동맹국화, 그리고 동남아시아·태평양 도서 국가들과 우호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다. 일본은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한반도 길목을 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지 대등한 한·일 안보협력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관심 갖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권과 북한·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을 대비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한·일 안보협력뿐이다.
2009년 4월과 5월 북한이 장거리 우주로켓과 2차 핵실험을 잇달아 실시하자,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에 양국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제안해 왔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주변 해역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ACSA 추진은 보류되었으나, GSOMIA는 강행되어 2012년 6월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였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곧바로 취소한 뒤, 2014년 12월 ‘미국’을 포함하고 ‘군사’ 용어를 뺀 채 미국을 통하여 한·일이 경보를 공유하도록 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을 체결하였다.
헌법에 반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강행 가능성 높아
2016년 6월 한·미·일 3국은 TISA에 근거해 첫 미사일방어(MD) 훈련과 대잠수함 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해 최근까지 이어 왔다. 문재인 정부 때도 2018년 대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비공개로 전환했을 뿐 3국간 MD훈련은 지속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GSOMIA가 체결됐으나 2018년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한국 정부가 대응조치로서 GSOMIA 종료 통보 및 종료 통보 효력정지 선언으로 굴절을 겪었다. 미국을 통해 간접 운영되던 TISA는 2022년 11월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밝혀 한·일이 직접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GSOMIA도 한·일 정상회담 직후 완전히 정상화되었다.
하지만 ACSA는 일본 정부가 북한지역에 대한 한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인정하지 않아 체결되지 못했다. 일본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변경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17년 언론 기고문에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제력을 배가하고 한반도 돌발 상황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적기지가 지리적 개념이 아닌 상황적 개념’이라거나 ‘한·미·일 협의를 통해 처리’한다면서 명확한 개념 규정을 회피하는 등 편법을 동원, 이 협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의 전개 예상 방향
ACSA의 다음 단계는 한·일 방위협정(Kor-Jap Defense Pact)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미 한·일 양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1953)과 ‘미일안보조약’(1951.9, 1960.1)을 각각 체결했다. 또한 양국 군대가 상대 국가를 방문 또는 주둔할 경우에 대비해 ‘한·일 방위협정’의 부속협정으로 한·일 호혜접근협정(RAA)을 추진할 수 있다. RAA는 방문군 지위협정(VFA)과 유사한 것으로, 연합군사 훈련·작전 때 군대·군수물자 이동의 원활화를 규정한 것이다. 그밖에도 한·일 간 외교-국방 2+2 장관회의를 창설한 뒤 한·미, 미·일 2+2회의와 통합해 한·미·일 2+2회의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장차 한·미·일이 회원이 되고 대만이 옵서버로 참가하는 동북아 조약기구의 모태가 될 수 있다.
한·미·일 미사일방어(IAMD) 통합·핵기획그룹(NPG) 창설도 배제 못해
윤석열 정부는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통합에 본격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발간된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미국은 통합방공미사일방어(IAMD) 체계를 우선 구축하며 동맹국과 글로벌 MD체계 구축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에 호응해 일본은 작년 12월 ‘국가안보전략서’에서 방어용 요격에 특화된 기존 MD 대신 반격작전을 포함하는 IAMD로 재구축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주한미군 사드의 X-Band 레이더를 종말형(TM)에서 전진배치형(FBM)으로 전환하고 일본 2곳에 있는 X-Band 레이더와 함께 미 본토의 전장지휘통제체계(C2BMC)와 연동해 글로벌 MD체계를 구축했다. 독자적인 KAMD를 추진해 온 한국도 해상탄도탄요격미사일 SM-3 도입을 추진하는 등 미·일 IAMD과 통합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가 제시한 글로벌 탄도미사일 방어(BMD) 체계. 요격을 담당하는 미사일은 발사단계에서 SM-3, 중간단계에서 GBI, 종말단계에서 PAC-3와 THAAD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한·미·일 핵기획그룹(NPG)의 창설이다. 윤 대통령의 4월 방미 때 미국이 확장억제를 위한 한·미·일의 새로운 협의체 창설을 구상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나토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것으로, 미국이 핵전력을 제공하고 한·미·일 3국이 핵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훈련을 제도화하는 동북아판 핵공유 프로그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베 전 총리가 핵공유를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독자 핵무장론을 꺼내들면서 미국은 기존 확장억제를 넘어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다. IAMD 통합 추진과 함께 핵확장억제 협의체가 창설된다면, 이는 한·일 방위협정과 호혜접근협정의 체결을 앞당기고 동북아 조약기구의 결성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채 안 됐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틀을 너무 일찍,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망가뜨리고 있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평화 정착이 이뤄진다면 한·일 군사정보 공유의 필요성도 크게 줄어들 텐데, 남북대화를 할 생각도 없이 대일 관계 개선에만 목매고 있다. 이는 GSOMIA 체결 이후 한·일간 군사정보 공유횟수가 한반도 긴장완화에 반비례한다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일 ACSA 체결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관련자 모두에게 역사적 심판은 물론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선진통상국가인 한국의 국익은 안정적인 안보환경과 자유무역질서에 달려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마치 신냉전의 선봉장이라도 된 양, 가치를 내세워 국익을 훼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안보 전략의 큰 그림도 없이 미·일에 추종하는 것을 미·일과 함께 국제사회의 안보·경제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순진하다 못해 무지한 것이다. 진영외교를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조차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철저하게 국익을 챙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가치와 국익의 균형이 잡힌 외교·안보 전략으로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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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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