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29일 확정했다. 2024.8.29.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정섭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은 검찰독재정권을 온존시키는 사법부의 '작위적 무능' 그 자체도 문제지만 같은 날 대법원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교육감직 박탈형을 선고한 것과 맞물려 그 충격파가 더욱 증폭된 측면이 있다.
처남댁 강미정 씨가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낱낱이 폭로했던 온갖 죄목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사단'의 비위 검사는 면죄부를 받은 반면, 교육 개혁에 큰 족적을 남겨온 진보 교육감은 뇌물이나 부정 청탁 혐의도 아니고 단지 해직 교사 5명을 특별채용해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현직에서 퇴출됐다. 두 사람 운명의 이 극단적 대비가 윤석열 정권에서 정파적 편향을 노골화하는 사법부의 경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많은 시민과 야권을 좌절케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수사 및 검찰 감찰 결과 등에 따라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탄핵 재시도' 방침이다. 아울러 헌재가 기각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 '소추 사유 불특정'은 국회 측 증인 신청을 대부분 불허하는 등 헌재 스스로 심리를 부실하게 진행하며 '짜맞추기식 재판'을 했기 때문이고,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전 법사위원장과 탄핵소추 법률대리인의 의도적인 직무 태만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전날과 달리 '헌재와 여당 책임론'을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28일 오후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한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 2024.5.28. 연합뉴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30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진행한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조희연 교육감 유죄 확정판결이 어제 났다. 그리고 비리 검사 이정섭 탄핵소추안의 기각 판결도 어제 났다"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교육감은 유죄였고, 또 정의보다는 사리사욕에 충실했던 검사는 무죄가 나왔다. 기울어진 대한민국, '유검무죄 무검유죄'의 상징적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다음 주에 드디어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민주당 국회의원 170명 전원이 사즉생의 각오로 분골쇄신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어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두 개의 판결이 있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저 박찬대가 여러분을 믿고 최선봉에서 박차고 나아가겠다. 모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희연 교육감과 이정섭 검사 판결을 거듭 거론함으로써 의원들이 더욱 결의를 다지고 분발하도록 경각심을 준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승원, 김용민, 이건태 의원 등은 네스트호텔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섭 검사에 대한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법사위원 일동 명의의 회견문을 통해 "이 같은 결과는 헌법재판소와 국민의힘 선임 대리인이 이정섭 검사의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며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하는지, 진상 규명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따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먼저 김도읍 전 법사위원장과 국민의힘 선임 대리인은 탄핵소추 심판 절차에서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또한 헌법재판소의 적극적 입증이 없는 심리 진행도 문제였다. 헌법재판소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직권 탐지 및 직권 조사 의무가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증인 신청을 대부분 기각하고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보지 않는 등 기각을 염두에 둔 짜맞추기식 재판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또 "이는 형사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절차를 헌재에서 중지시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면서 "필요한 증인 신청을 모두 기각했는데 사건을 처음 폭로한 강미정, 접대 의혹 관련 대기업 직원, 처남 마약 수사 무마 관련 수사관을 모두 증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2024.8.29 [공동취재] 연합뉴스
처음부터 '탄핵 기각'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재판을 진행한 듯한 국민의힘과 헌재 양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함께 도마 위에 올린 것이다. 특히 헌재가 일관되게 드러낸 불공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헌재는 대검이 감찰을 하기 때문에 변호인이 그 자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해도 이를 무시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해 기각했다"면서 "이는 이정섭 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진상 규명과 심판을 못한 것은 물론 의지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법사위원들은 "다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서는 이정섭 검사에 대한 위법행위를 분명하게 지적한 부분이 있기에, 검찰은 이정섭 검사에 대한 수사 및 감찰을 반드시 신속하고 성실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법사위는 이정섭 검사의 비리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향후 수사 및 감찰 결과에 따라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 여부도 다시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전직 법사위원장이자) 소추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너무 소극적이었고 비협조적이었다. 이정섭 검사를 위한 변호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탄핵소추 심판 절차에서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 방관했다는 게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그런 소극적인 태도가 이번 기각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이정섭 검사에 대한 형사 수사와 검찰의 감찰을 신속히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낱낱이 보고하길 바라며 그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이정섭 검사 탄핵 사유가 있는지 재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한 '2024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치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윤석열 정권 오만과 독선의 폭주 2년 4개월 만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다. 사상 유례가 없는 총체적 위기이자 혼란"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주를 멈춰 세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 자유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 국민의 명령에 따라 2024년 정기국회에 분골쇄신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헌정사상 최초의 제1야당 단독 과반의석이라는 압도적 지지로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130만 명이 참여한 탄핵청원으로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남 탓과 책임 전가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지상과제는 민생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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