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리칸 파이의 앨범 자켓
마블스튜디오의 '블랙 위도우'를 보니까 이 노래를 흥얼 거리는게 나와서 올려 봅니다.
흥겨운 멜로디 속에 숨은 시대적 비극과 죽음에 대한 서사를 차용해 블랙위도우의 퇴장을 기린 음악감독에게 +1 추가 해줬습니다.
미국 포크록 음악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이 기~~인 노래(8분30초!!)를 자세히 소개한 글이 있어 같이 첨부합니다.
그전에 애플파이도 아니고 american pie가 뭐지? 라고 의문을 가지실 분도 계실텐데 아래의 평론가 김성대씨가 일부 참고한 듯한 위키의 같은 페이지를보면 이 물음에 대해 돈 맥클린은 뭐다 라고 즉답하지 않고 음악가는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해야하고 또 그것을 위엄있는 침묵속에 남겨 놓아야 한다는 묘한 말을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merican_Pie_(song))
'시나 소설 같은 예술언어를 일상언어로 풀이하려고 하는 일은 헛된 일이다. 전체적인 이해와 통찰로 그 의미를 각 개인이 스스로 받아 들여야 한다'라고 저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말하자면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민진의 '파친코'는 그 소설을 읽기 전과 읽기 후의 제목에 대한 느낌이 상당히 틀린 것 처럼 말입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비트켄슈타인의 철학과도, 또 그전의 마르셀 뒤샹의 예술에 대한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의 노랫말과 그 노랫말에 얽힌 정치 사회 예술의 시대상황을 좀 알아야 답이 나올 것 같아서 한글로 좀 설명된 동영상을 링크 해놨습니다. 이래저래 이 천조국표 파이는 상당히 어려운 노랫말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선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도 전혀 손색이 없겠네요.
Music: '음악이 죽은 날'을 노래하다
돈 맥클린이 1971년에 발표한 ‘American Pie’는 한국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곡이다. 물론 그의 또 다른 히트곡 ‘Vincent’의 들어가는 가사(Starry Starry Night)만큼은 아니지만 ‘Bye Bye Miss American Pie’로 시작하는 이 곡의 코러스 역시 팝을 등지고 산 사람이 아닌 이상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하다.
영어엔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숙어가 있다. ‘아주 미국적인’이라는 뜻이다. 이 뜻은 돈 맥클린이 자신의 엄지에 성조기를 그려 포즈를 취한 동명의 앨범 커버(위 사진)와 더불어 ‘American Pie’의 문화적 정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8분 30초에 이르는 대곡 ‘American Pie’는 애플파이에 관한 곡이 아니다. 이 곡은 죽음을 다룬 곡이다. 그것도 가장 미국적이었던 로큰롤러의 죽음을. 그의 이름은 바로 버디 홀리다.
1956년 더 크리케츠라는 트리오 밴드를 결성한 버디는 이듬해 밴드 탈퇴 후 솔로 활동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1959년 버디는 3주간 미국 중서부 도시 20여 곳을 도는 ‘윈터 파티 투어’라는 순회 공연을 기획, 게스트로 당시 잘 나가던 두 로큰롤 뮤지션 J.P. 리처드슨(사람들은 그를 '빅 바퍼(Big Bopper)'라 불렀다)과 리치 발렌스를 섭외했다. 리치 발렌스는 루이스 발데스 감독의 88년 영화 <라 밤바>로 한국 대중에게도 제법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엄동설한의 악천후에도 불구, 세 명의 록 스타를 태우고 무리하게 이륙한 비행기는 결국 아이오와주 인근 옥수수밭에 추락해 탑승자 모두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다. 이 어이없는 일이 더 기가 막힌 건 순회공연을 위해 버디가 고용한 웨일런 제닝스(베이스)와 토미 올섭(기타) 대신 비행기를 탄 게스트들이 죽음의 날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리처드슨은 냉기로 가득한 버스와 비좁은 자리 때문에 비행기를 선택했고, 리치는 올섭과 동전 던지기에서 이겨 비행기에 탔던 것이다. 올섭은 이 일을 기억하려 텍사스주에 차린 자신의 레스토랑 이름을 ‘앞면 위로(Heads Up)’라 지었다고 한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듣는 이가 스스로 가사를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맡겨두어야 한다. 위엄 있는 고요로 일관하는 건 창작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 돈 맥클린
돈 맥클린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American Pie’를 통해 버디 홀리와 그의 친구들이 죽은 날을 ‘음악이 죽은 날’로 번역했다. 하지만 모노톤즈와 돈 코넬, 버즈(The Byrds)에 영향 받은 이 곡의 가사는 돈 맥클린의 말처럼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시의 영역에 있다. 가령 곡 속에 자주 등장하는 가사 ‘어릿광대(Jester)’는 당시 음악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밥 딜런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가사엔 존 F. 케네디가 추진한 피그스 만 침공과 그의 암살 사건, 블라디미르 레닌에 비유한 존 레논도 등장하며 그 외 엘비스 프레슬리와 롤링 스톤스, 재니스 조플린도 글 사이사이에서 은유 되고 있다. 특히 이 곡엔 버디 홀리의 아내 마리아 엘레나 홀리도 나오는데, 그녀는 남편이 죽은 충격으로 결국 유산했다고 한다.
50년대 로큰롤의 종말을 상징한 이 사고가 일어날 당시 돈 맥클린은 신문 배달을 하던 중학생이었다. 그는 10여 년 뒤 자신의 우상이던 버디 홀리의 죽음을 떠올리며 쓴 길고 긴 곡 속에서 당시 미국 음악계는 물론 60년대 미국 사회 전반까지 두루 다뤘다. 작자 스스로 “위엄 있는 고요”를 고수한 덕에 가사는 여전히 미궁 속 텍스트이지만 분명한 건 버디 홀리가 미국 로큰롤의 선구자였다는 것, 그리고 ‘American Pie’가 미국 포크록의 고전이라는 사실이다.
글/김성대(대중음악평론가)
출처 : 단디뉴스(https://www.dand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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