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중인 도장
D급 증폭 방식은 효율이 아주 좋다. B급보다도 훨씬 더 좋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듯 이토록 효율이 좋다면 음질은 어딘지 떨어져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D급 증폭은 몇 해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이파이의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들어 D급 증폭 앰프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니 컴퍼넌트, 일체형 오디오는 거의 D급 증폭만의 세상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하이엔드 앰프에도 사용되고 있다. 음질로도 평가가 나쁘지 않다. 더구나 디지털 기술은 아직도 ‘개발 중’이다. 손바닥만한 아주 작은 사이즈의 앰프로 실출력 100W를 내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그런데 D급 증폭은 디지털 기술과 연관이 많다. 디지털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말하면 복잡한 신호를 많은 수의 1과 0으로 표시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앰프에서도 트랜지스터가 복잡한 아날로그 파형을 그대로 증폭하지 않고, 0과 1만을 나타내게 한 후 그걸 모아서 원래 신호를 나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머리를 써야만 했다. 일반 앰프 수준으로 트랜지스터를 몇 개만 쓰면서 트랜지스터가 0과 1을 표현하게 하고 이를 음악 신호의 증폭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방법은 있었다. 트랜지스터가 음악 신호에 비해 아주 아주 빠른 속도로 1과 0을 표현하면 된다. 그리고 그 1과 0을 조합하여 그 때 그 때의 음악 신호를 표현하면 된다.
D급 증폭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먼저 트랜지스터의 동작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트랜지스터는 다리가 셋 있다. 각각 (♪♬♫)터, 베이스, 콜렉터라고 하는데, 베이스에 작은 전류를 흘리면 콜렉터와 (♪♬♫)터 사이에는 (연결된 전원부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배의 전류가 흐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음악 신호에 해당하는 작은 량의 전류를 베이스에 넣게 되면 콜렉터와 (♪♬♫)터 사이에는 수십에서 수백 배의 증폭된 음악 신호를 흐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여기서 증폭되는 정도는 회로상의 저항들로 조절할 수 있다). 볼륨을 조절하여 음량을 크게 하면 음악 신호가 커지고, 베이스에 들어가는 전류량이 커지므로 콜렉터와 (♪♬♫)터 사이에 흐르는 전류는 더욱 커진다. 이것이 바로 앰프의 증폭 작용이다.
그런데 반도체는 말 그대로 半도체다. 반만 도체라는 것은 전기가 통할 수도 있고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 경우에 따라 잘 통할 수도 있고 간신히 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베이스에 흐르는 전류에 따라 도체의 특성이 바뀌는 것인데, 그 이야기는 트랜지스터의 콜렉터와 (♪♬♫)터 사이의 저항이 바뀐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그런데 저항에 전류가 흐르면 반드시 열이 생긴다. 즉 트랜지스터에서 증폭 작용을 하면 트랜지스터가 저항처럼 동작하므로 반드시 열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A급 증폭에서는 바이어스 전압떄문에 음악을 듣지 않거나 작은 음량으로 들어도 콜렉터 (♪♬♫)터 간에 큰 전류가 흐르는 효율의 문제가 있었다. B급 증폭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거나 작은 음량으로 들을 때는 전류가 흐르지 않거나 아주 작은 전류만 흘러서 효율이 높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B급 증폭에서도 음악을 들을 때는 항상 열이 난다는 사실이다. 열은 어떤 식이건 소중한 에너지의 낭비를 의미한다.
그런데 베이스에 일정 수준 이상의 큰 전류를 흘리게 되면 트랜지스터는 더 이상 증폭을 하지 못한다. 반도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트랜지스터가 가장 큰 전류를 흘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저항이 0인 그냥 완전한 도체로 작용할 때다. 이 상태를 베이스가 ‘포화’되었다고 하는데 이때는 콜렉터와 (♪♬♫)터 사이가 그냥 도체다. 반면, 베이스에 전류를 흘리지 않으면 콜렉터와 (♪♬♫)터 사이에는 저항이 무한대로 커져 전류가 흐르지 않는데 (트랜지스터가 없어서 그냥 끊어진 것과 같이) 부도체로 동작하게 된다. 이를 ‘차단’되었다고 한다.
D급은 다른 급의 앰프들이 베이스에 작은 크기의 음악 신호를 주고 이에 따라 콜렉터와 (♪♬♫)터 사이의 저항을 변화시키는, 즉 증폭 작용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증폭 작용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트랜지스터를 켜고(포화, 도체), 끄는(차단, 부도체) 동작만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이 동작은 스위치와 같다. 그리고 이 스위치를 잘 활용하면 음악 증폭에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1초 동안 스위치를 연결시켰다가 1초 동안 스위치를 끊고, 다시 1초동안 스위치를 연결했다가 다시 1초 동안 끊는 동작들을 반복시키면 평균 전압은 주어진 전압의 50%가 될 것이다. 한편 3초 동안 스위치를 연결시켰다가 1초 동안 끊는 동작을 계속 반복시키면 가해지는 평균 전압은 75%가 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느리게 스위칭을 하면 전기가 완전히 통하다가 끊어졌다 할 것이므로 평균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이러한 스위치 동작을 1초에 1000만번 정도로 빠르게 한다면 우리는 스위칭을 의식하지 못하고 평균 값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소자를 켜고 끄는 동작을 반복하여 전압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을 PWM (Pulse Width Modulation, 펄스 폭 변조) 방식이라고 한다.
그럼 이 스위칭 동작으로 어떻게 음악 신호를 증폭할 수 있을까? 음악신호가 들어오면 프로세서가 그 때 그 때의 음악 신호 크기에 맞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출력석을 켰다 끄는 시간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그 평균 값이 음악신호를 따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스위칭을 하게 되면 트랜지스터는 증폭 작용을 하지 않고, 앞서 설명한 대로 포화되었을때는 도체(즉 전류는 크게 흐르고 전압은 0이 걸리는 상태), 차단되었을 때는 부도체(전압은 크게 걸리지만 전류는 0인 상태)와 같은 작용을 하게 된다.
한편 트랜지스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전력, 즉 전압에 전류를 곱한 값에 비례하므로 이상적인 스위칭 동작에서는 전압이나 전류 둘 중하나가 0이 되므로 열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로도 효율이 95% 이상으로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간단한 회로와 작은 방열판에 주목. D 클래스(디지털) 회로는 열이 많이 나지 않으므로 컴팩트한 앰프를 만들기 좋다. 사진은 토핑 오디오의 TP-60. 작은 몸체로 채널당 80W의 출력을 자랑한다. 증폭 회로는 철저한 디지털 회로이면서 전원부는 커다란 트랜스포머 두 개를 사용한 아날로그식 설계라는 점이 재미있다.
한편 PWM 방식은 전원부에도 많이 사용되는데(스위칭 파워 서플라이), 마이크로프로세서로 감독하면서 트랜지스터로 끄고 켜는 동작을 빠르게 반복하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이 경우 앰프의 제작 원가에서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트랜스의 크기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고 평활 캐패시터의 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열 손실이 거의 없으므로 효율이 좋은 소형의 전원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급 앰프에서 전원부가 커지는 이유는 앰프가 순간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여 전압이 떨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함인데, 스위칭 전원부에서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전압을 모니터링하면서 듀티 사이클(Duty Cycle, 스위칭 소자가 켜지고 꺼지는 한 사이클에서 켜진 시간의 비율)을 조절하므로 매우 효과적인 것이다.
다만, 증폭단이건 전원부건 스위칭 주파수가 우리가 듣는 음악 신호의 주파수 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을수록 좋은 것은 당연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고주파 잡음이 생길 우려나 고역의 특성이 무척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메이커에서는 아직도 열이 펄펄나는 A급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PWM 증폭 모듈의 음질을 현격하게 향상시켰고 B&O나 핼크로, 누포스나 DACT 등 유수의 메이커들이 디지털 증폭 방식의 연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B&O의 ICE 디지털 증폭 모듈은 제프 롤랜드 외 많은 메이커에서 채용되어 하이엔드 앰프의 증폭부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스위칭 전원부를 사용하는 제품은 이제는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음악 소스가 디지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생각하면 D급이나 혹은 앞으로 개발될 다른 디지털 증폭 방식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을 쉽게 할 수 있다. 소스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PWM신호로 바꾸고 출력단을 스위칭하면 아날로그단을 거치지 않고도 스피커를 바로 구동할 수 있으므로 획기적인 음질 개선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이다.
한편 같은 D급 증폭에서도, E급 또는 T급 증폭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D급과 같다고 보아도 좋다. E급은 D급 회로를 약간 변경한 것이고, T급은 트리패스(TriPath)사의 칩을 사용한 제품에 붙는 용어다. 트리-패스의 칩은 소형 앰프에 주로 사용되는데, 출력은 그리 높지 않지만 소리가 따듯하고 아날로그적이어서 입문용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까지 A급 증폭과 B급 그리고 AB급 증폭과 D급 증폭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애호가들이 A급 증폭 방식에 크게 집착하는 현상은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어떤 기준에 대해 순위별로 줄을 세워야만 속이 풀리는 우리의 습관 때문일 것이다. 알파벳으로 분류한 것 중에 우열관계가 연상되지 않는 예는 아마 사람의 혈액형 정도일 것이다. 앰프의 증폭 등급은 혈액형 분류와도 같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혈액형부터 생각하지 않듯이, 좋은 앰프를 고를 때 증폭 방식에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앰프의 소리는 설계자와 제작자의 경험과 기술, 부품의 품질 등에 따라 그리고 함께 사용하는 기기들의 매칭 관계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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