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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진공관 앰프를 좋아할까?
진공관 앰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서 진공관을 찬양한다. 진공관의 불빛이 아름답다던가, 디자인이 고풍스러워 품위가 있다던가 하는 감성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는데, 물론 취미의 세계에서는 이런 감성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필자 역시 진공관 앰프를 감성적 측면에서 찬양하는 쪽이다.
한편으로는 음악 소리가 더 좋게 들린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음악이 좋게 들린다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이야기지만 보편적으로 진공관 소리는 따듯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듯하다. 모든 앰프는 발매될 당시의 주류 소스 기기로 주류 스피커들을 충실히 재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오래된 진공관 앰프라면 당시의 소스와 스피커들의 주파수 특성이 광대역이 아니었으므로 설계에서부터 중역에 충실하게 만들어 진 것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20세기 초반 오디오가 발명된 후 최고의 목표는 사람의 목소리 대역을 자연스럽게 재생하는 것이었으므로, 이를 위해 제품들이 설계되었고 부품들도 선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부드럽다’고 느낄 수 있는 요인은 오래된 진공관 앰프라면 반드시 있다는 생각이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동작 원리 차이
먼저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근본적인 차이부터 살펴보자. 진공관은 도체 사이에 간극을 두고 한쪽 도체에 열을 가하게 되면 전자가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쪽 전극(캐소드)은 뽀족하게 만들고(또는 가늘게 만들어 면적이 좁게 해도 된다) 다른 쪽 전극(아노드)은 평평하고 넓게 만들면 뽀족한 쪽 전극에서 방출된 전자는 넓은 전극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며, 넓은 전극에서 방출된 전자는 뽀족한 전극 쪽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우므로 전자가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게 된다. 이 때 전극 사이에 또 다른 전극(캐소드)을 두고 전압을 걸어주면 전압의 크기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 이것이 진공관의 원리이며, 진공관은 전자의 흐름만을 이용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공기 중에서 전극 사이에서 열전자가 발생할 때 X선이 발생하므로 전극 주위는 진공으로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진공관이다.
반면에 트랜지스터는 실리콘을 베이스로 하고, 불순물을 첨가하여 잉여 전자를 발생시키거나(n형),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잉여 공간을 만들어(p형) 이를 접합한 구조로 만든다. p형과 n형을 접합하고(pn) 전압을 걸어주면 잉여전자가 빈공간으로 이동하므로 전류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다이오드의 원리). 그런데 pnp, npn처럼 세 개의 층을 만들어 접합하면 하나는 (+) 전압을 증폭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 전압을 증폭할 수 있게 된다.
즉 트랜지스터는 전자만을 이용하는 진공관과 달리 전자와 정공(전자가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하는 장치가 된다. 그래서 진공관은 (+)만을 증폭하거나 (-)만을 증폭하는 진공관이 따로 없지만, 트랜지스터는 상보(Complementary) 소자라고 하여 특성이 동일하면서 (+)만을 또는 (-)만을 증폭하는 짝이 존재하게 된다.
한편 진공관은 아노드와 캐소드 사이에 전압을 걸어주면 (히터가 켜있을 경우) 항상 전류가 흐르고, 그리드에 전압을 가하므로써 이를 제어하게 되지만, 트랜지스터는 컬렉터와 애미터 사이에 전압이 걸리더라도 전류가 흐르지 않으며 베이스에 전류를 흘려 주어야만 동작을 시작한다는 차이가 있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구조적인 차이는 소리에 있어서 왜율이나 음색의 특성 차이로 나타난다. 트랜지스터의 왜율 특성은 하드 디스토션(hard distortion)이라고 하여 정격 출력 안에서는 아주 낮은 왜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정격 출력을 벗어나게 되면 일그러짐이 현저하게 느껴지게 된다. 반면에 진공관 앰프의 왜율 특성은 소프트 디스토션(soft distortion)이라고 하여 정격 이상의 파워에 대해서도 일그러짐이 서서히 증가하므로 순간적인 피크에서 일그러짐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트랜지스터 앰프에 포함되는 고조파 왜율 성분은 원래 음악 파형의 홀수 배(엄밀하게는 짝수 배도 조금 섞여 있다고 함)가 되는데 비해, 진공관은 짝수 배이므로 진공관 앰프의 왜곡은 귀에 거슬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문과계 애호가들은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지만 사인이나 코사인 함수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파형이 짝수 배가 되면 곡선의 굴곡(딥과 피크)이 일치해서 원래의 기본 파형을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홀수 배면 딥과 피크가 어긋나서 원래의 파형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진공관 앰프는 출력이 작더라도 스피커를 우렁차게 구동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이야기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진공관의 왜율 특성은 빔관, 5극관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품 자체의 특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진공관 중 3극 직열관인 2A3, 300B등은 왜율 특성이 오히려 트랜지스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공관의 포근한 소리가 좋다고 하면서 300B와 같은 고전 직열 3극관만을 고집하는 분들을 보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공관 고유의 소리, 소위 ‘웜톤(Warm Tone)’은 직열 3극관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직열 3극관으로는 오히려 하이엔드 TR앰프와 유사한 섬세한 고역과 해상도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FET는 박쥐?
반면에 반도체지만 FET의 경우에는 동작 원리가 진공관과 유사하다.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압을 걸면 (진공관처럼) 전류가 흐르며, 이를 게이트의 전압으로 제어하는 구조다. 그래서 왜율 특성도 진공관과 상당히 유사하고 짝수차 왜곡을 갖는다. 따라서 FET 앰프의 시청기를 보면 “진공관 앰프와 같은 따사로움..” 운운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이토록 왜율 특성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한데, 재미있는 것은 FET나 진공관 앰프가 아닌 일반 TR앰프에 짝수배(2차) 일그러짐을 1~2% 부가하면 진공관 앰프와 매우 유사한 음질 경향이 된다고 한다.
진공관 앰프의 이와 같은 왜율 특성은 값싼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신경질적인 고역을 적절하게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하며, 우리에게 자연스런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한편 트랜지스터에는 기본적으로 샤~ 하는 열잡음이 포함되고, 진공관에는 대부분 웅~하는 약간의 험이 포함되어 이 또한 트랜지스터와 진공관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짓게 하는 요인이 된다.
출력 트랜스포머의 영향도 매우 크다
한편 진공관 앰프에는 출력 트랜스포머(속칭 트랜스)가 개입되는 것도 음질에 큰 영향을 준다. 진공관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으므로 예외의 OTL 앰프가 아니라면 반드시 출력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진공관 앰프의 출력 트랜스포머 참조). 그런데 출력 트랜스는 높은 고역과 낮은 고역의 통과를 방해하는 밴드 필터의 역할을 하므로 트랜스의 성능과 특성이 앰프의 음질에 큰 영향을 준다. 대체로 양질의 출력 트랜스를 거친 음은 협대역의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중역이 충실하고 저역이 풍성한 음이 되며 윤기 있고 따듯한 느낌을 준다. 트랜스 자체가 코일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저역으로 내려갈수록 임피던스가 낮아지며, 스피커의 저역 제동력이 향상되며 역기전력의 영향도 감소시키는 효과도 크다. 한편, 진공관을 병렬 연결하여 트랜스포머 없이 스피커와 직결한 OTL 앰프의 경우에는 광대역이면서 또렷한 트랜지스터 앰프와 유사한 음이 된다.
트랜지스터 앰프의 경우에도 매킨토시처럼 출력단을 스피커와 직결하지 않고 출력 트랜스를 통해 연결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 음질에서 윤기 있고 넉넉한 느낌을 주게 되며, 특히 부하가 안정되므로 앰프의 내구성이 크게 증가한다. 앰프에 있어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NFB의 양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는데, 많은 진공관 앰프의 경우 출력 트랜스로부터 소량의 NFB를 초단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으며, 트랜지스터 앰프의 경우 다량의 NFB를 걸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음질 상의 차이로 드러난다.
전압의 영향은 캐패시터에서
캐패시터는 잘 떨리는(잘 진동하는) 부품으로 알려져 있다. 스피커의 네트워크나 앰프의 캐패시터 어레이에 실리콘 등을 바르거나 커버를 입혀 댐핑시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캐패시터의 진동을 억제하여 좀더 좋은 음을 들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캐패시터는 높은 바이어스에서 동작해야 음이 좋다는 이야기가 앰프 설계자나 자작 애호가들 사이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패시터는 교류만을 통과시키는데, 직류 전압이 어느 정도 걸려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최근 JBL의 스피커 중에는 DD66000이나 K2 S9500, K25500 등 네트워크에 배터리를 장착하도록 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도 캐패시터에 바이어스를 걸기 위함이다. 또한 오디오퀘스트의 케이블에도 36V나 72V의 배터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케이블 표피의 캐패시턴스를 고려한 것이다. 캐패시터는 흐르는 교류 신호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하는데, 바이어스 전압을 걸면 이 진동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진공관의 경우 워낙 높은 전압이 걸리므로 커플링 캐패시터도 보통 200V 이상의 바이어스 전압이 걸린다. 반면에 트랜지스터의 경우 바이어스 전압이 거의 걸리지 않으므로 캐패시터의 진동 안정성 측면에서는 진공관 앰프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어느 쪽이 나은가
결론적으로 항상 나오는 질문은 그러면 어느쪽이 나은가 하는 것일 게다. 물론 정답은 없다. 트랜지스터는 광대역의 느낌이 강하고(실제로도 광대역을 내기 쉽다), 섬세한 음을 내며 시원한 음을 낸다. 반면에 진공관 앰프는 부드럽고 얌전한 음을 내며 따듯하게 감싸주는 음 성향이며 정확하기 보다는 넉넉한 음을 낸다.
판단은 사용자의 몫이다. 흔히 진공관 앰프는 출력이 작아도 넉넉하게 스피커를 구동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진공관의 수명 문제라던가 바이어스 세팅 등 사용하기 까다로운 일면이 있고, 트랜지스터 앰프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발열이나 내구성 문제에 있어서 진공관 앰프보다 우수하다. 물론 점점 가격이 높아져서 하이엔드 수준이 되면, 진공관이건 트랜지스터건 취향의 문제일 뿐 성능의 우열 관계는 거의 사라진다고 보아도 좋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중급기까지는 진공관 앰프가 가격대 성능비에서 우수하고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트랜지스터 앰프쪽이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진공관 앰프가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앰프처럼 대출력이 되기 위해서는 출력관의 개수가 많아야 하고 이는 전력 소모량이나 발생하는 열량 등을 포함하여 사용상의 까다로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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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