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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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便桶)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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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복 |
소설을 읽는데, 주인공이 사학비리와 관련하여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이성복 시인의 그날이라는 시에서 인용한 글귀라고 합니다.
최근 뉴스에서 갑질논란이 또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프다고 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너무 가슴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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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속에 갖혀 있고,
저마다의 커다란 삶의 무게에 눌려 있는 대다수의 도시인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저주의 그림자를 보고도
직접 자기에게 오지 않으면
아파도 아픈 체 하지 않고,
침묵속에 하루를 살아가죠...
오늘도 더운 날씨에
윗 글에 나오는 미수금을 회수하려고 사장과 다투는 아버저처럼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우리 x86 형제들
상처에는
짓눌린 고름이
뭉게뭉게 피어있고,
눈에는
아이들과 가정이라는
글자를 아로세기며...
더위와 세상과 싸우고 있죠
오늘도 화이팅입니다.